예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는 싶지만 얹혀 사는 처지에 털뭉치 식솔을 들이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야동(야옹이동영상)과 야사(야옹이사진)으로 만족하다 한 주말, 아는 사람들을 꼬셔 신촌에 놀러갈 겸 고양이 카페를 다녀왔다. 신촌 고양이다락방 이라는 곳. 집 근처에도 지점이 하나 있긴 한데, 이 쪽엔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서울까지 먼 길 떠나야 했다.
카카오프랜즈샵에서 괜찮은 굿즈를 건진 건 좋았다...만 동생이 개강과 함께 가지고 내려갈 듯 하다. 파우치는 에코백 손잡이에 걸 수도 있고 뒷면에 카드 넣는 공간도 있고 보들보들해서 좋았다. 동생이 가지고 갈 거지만... 여튼!
고양이다락방 입구에 들어서자 진한 냄새가 나길래 고양이를 실제로 가까이서 거의 보지 못한 나는 고양이 냄새인가 했는데 사람들 발냄새였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내부는 생각보다 좁은 편. 창가 자리도 있고 정말 다락으로 올라가듯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2층 자리도 있다. 음료를 시키고 사람이 많아서 창가 자리로 안내받은 우리 4인. 하지만 의자 하나에는 한 마리가 자리잡고 자고 있었다.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의사항과 부위별 터치 가이드 등등. 뭔가 정육점에서 부위별로 나누어놓은 것 같다. 뒷면은 고양이들의 이름이 써 있다. 불러도 반응은 없는 듯 하지만.
자리에 앉는 건 포기하고 돌아다니며 고양이들을 만끽하려고 했다. 대부분 자고 있었다. 서서 자는 고양이.
천장에도 고양이 길이 있고, 캣타워와도 이어져 있어 발톱 가는 고양이, 단숨에 위로 뛰어올라가는 고양이, 갑자기 천장 길을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고양이(그리고 아래로 떨어지는 사료들)를 볼 수도 있다.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었더니 최면에 걸림(...)
고양이 장난감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대부분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얘만 빼구.
더 이상 우리를 무시하는 걸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소정의 돈을 주고 고양이 간식을 샀다. 닭가슴살인데 잘 으깨서 조금씩 주면 꽤 오래 놀 수 있다.
과연 캐시템. 포장을 뜯자마자 몰려드는 고양이들. 당황.
몰랐는데, 고양이 혀는 개와 달리 꽤 까끌까끌하더라. 이빨이나 발톱도 더 뾰족한 듯 하고. 간식을 맛있게 핥아먹는데 사포로 손을 갈아내는 느낌이었다
자던 고양이도 일어나게 만드는 캐시템. 잘 꼬셔서 결국 우리 인간이 의자를 차지하고야 말았다.
얼굴...
좀 오래 있었더니 사람들이 많이 빠져서 위층으로 옮겼다. 직접 고양이를 쫓아다니기는 힘들고 오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위치이다. 뭐, 온 사람들끼리 수다 떨긴 좋다.
일행의 음료를 탐하는 고양이.
얘는 정말 잘 잔다. 이 자리를 벗어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고양이를 두 발로 서게 만들려고 간식을 좀 높이 들어 봤는데, 시크하게 한 발로 잡고 끌어내리더라(...)
슬슬 졸려오고 저녁 시간도 되었다. 더 있다간 고양이들처럼 자게 될 것 같아 찍찍이로 고양이털을 제거하고 퇴장.
냥분(分)을 많이 섭취할 수 있었다. 다음 모임에는 고양이 만화 카페를 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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