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73

10월(December) 국제국민마라톤

친구들이 가끔 달리기 기록을 찍어 올리는 걸 보고 나도 그냥 한 번 해 볼까 하고 러닝을 시작한 지 몇 달째, 어쩌다 보니 친구들과 10km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동안 속세에선 러닝 크루가 유행이 되었다고. 클라이밍도 유행이고, 난 이제 어디로 도망쳐야 하나?목요일에 동네에서 10km를 뛴 탓인지(의외로 힘들지 않았다!), 마라톤 기념품으로 온 이봉주 깔창을 테스트한답시고 토요일에 하루종일 신사동을 걸어 다닌 탓인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오후부터 오른발 바닥이 아파와 절뚝거리며 걸어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하필 마라톤 직전에. 가서 응원이나 해야 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약을 먹고 며칠간 얌전히 있자 뛸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되었다.아침 5시 반, 평일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초코바를 하나 먹고 출..

가다 2024.10.05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2일차: 뉘하운

여행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조식을 간단히 먹고 체크아웃했다. 국내든 국외든 이 시기에 여행을 하면 사람들과 신년 인사를 주고받는 즐거움이 있다.덴마크에 오면 봐야 한다는 인어공주 동상으로 갔다. 별 거 없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정말로 별 게 없었다. 그렇다고 안 볼 수는 없으니 다들 여기까지 오는 것일 테다. 비까지 적잖게 내려 사진을 대충 찍고 바로 떠났다.아멜리안보르 성의 근위병 교대식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계속 서 있기엔 비가 많이 오고 추워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마차 오트 라떼를 시켰다. 하트 모양 라떼 아트가 귀여웠다. 몸은 좀 녹았지만 달지 않아 너무 건강한 맛이었다.비도 오는데 교대식을 보러 온 사람이 많았다. 생각한 것보다 오래 진행되었다. 교대보단 군악대 공연이 ..

가다 2024.05.22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1일차: 프레데릭스 성, 연말

인도, 일본에 이어 해외에서 맞는 세 번째 연말이다. 조식이 무료라 먹으러 갔는데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통 벌집을 먹어 본다. J는 약간 과식을 한 것 같다.힐레뢰드의 프레데릭스보르 성으로 왔다. 날은 흐렸고 호수에는 새들이 많이 떠 다녔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생선을 하나씩 물고 나오는데, 뷔페가 따로 없다.성 내부는 사치의 극치를 보여줬다. 매우 화려하고 넓었다. 빈 공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벽에 가득 걸린 그림, 장식품과 천장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전시품의 밀도가 아주 높아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나오는 길에 정원을 걸으며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새해 인사를 전했다. 아버지는 감기, 어머니는 검버섯 제거 시술로 집에 틀어박혀 계신다. 연초부터 다망한 집안이다. 동생은 역시나 스노보..

가다 2024.05.17

순천만 사진

순천만엔 2009년에 자전거 여행으로 들른 이후로 처음 들러본다. 당시는 이랬다.워낙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정말 뭐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다시 들러본 순천만은 같은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 꾸며놨다. 날씨가 흐렸음에도 예뻤는데 시기를 잘 맞추면 정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입구 쪽. 전시관과 천문대가 있다.쭉 뻗은 데크 산책로와 중간중간 휴식 공간이 있다.아래를 보면 짱뚱어나 각종 게를 볼 수 있다.어렸을 적 웅진에서 나온 『한국의 자연탐험』을 보며 키웠던 자연 사진가의 꿈이 잠깐 생각난다.동행 사진. 데크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 서로 찍어줬다.전망대로 가는 길. 꼭대기인 용산전망대는 안전검사 D등급 진단으로 인해 폐쇄 상태였다.이건 동행이 찍어준 사진. 나를..

가다 2024.05.08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0일차: 덴마크로

덴마크로 이동하는 날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J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슬쩍 끼워 넣었다.체크아웃하면서 크리스마스 초콜릿과 젤리 세트가 들어 있는 봉투를 하나씩 선물로 받았다. 기분은 좋지만 아마 맛이 좋진 않을 테고 먹기엔 양이 많아 한국에 돌아가면 버려질 것 같다.아침은 역내 푸드코트에서 대충 먹었다. J는 되너, 나는 신선해 보이는 치즈 샌드위치와 바클라바를 시켰는데 케밥집에서 산 탓인지 속이 반 밖에 들지 않았다. 옆에 사람들이 줄 선 곳에서 살 걸 그랬나 싶다.이번엔 코펜하겐까지 5시간을 가야 해서 지정 좌석을 예약했는데 올바른 판단이었다. 유일하게 두 명이 붙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가족칸밖에 없어 이 쪽으로 잡았는데 좀 더 넓었다. 칭얼대는 아이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기차는 북쪽으로 계속해 ..

가다 2024.05.08

순천 아랫장 야시장: 늦게 가면 뭐 없어요

광활한 순천만 국가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 9시 정도에 야시장에 도착했다. 10시에 닫는다곤 했는데 설마 벌써 끝났나 싶어 헐레벌떡 뛰어갔다. 노랫소리가 들린다.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가운데 플라스틱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어서 적당한 곳에 앉았다. 주변의 포장마차나 상점에서 이것저것 주문해 가져다 먹으면 된다.뭘 먹으면 좋을까 두리번거리다 바로 옆에 보이는 전집에서 주문을 했다. 공연 소리가 너무 커서 주문을 하기가 힘들었다.그런데 가운데 자리에 앉으면 가게 손님이 아니라 그런지 밑반찬도 안 나오고, 술도 저쪽 슈퍼에서 사야 하고 메뉴도 직접 가지러 와야 한다. 전은 하도 안 나와 두 번이나 재차 확인을 하고 나서야 겨우 조리가 시작되었다.그렇게 힘들게 받아온 음식을 맛봤다. 흑..

가다 2024.05.07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9일차: 하펜시티, 독일 마지막 날

아침으로 어제 마트에서 산 신라면 김치맛을 먹었다. 역시 안정적인 맛이었으며 이 또한 "싹 내려줬"다. 10시 반 정도에 밖에 나가려고 했지만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마트 구경을 다녀온 후에 빗발이 좀 약해지더니 전철에 타고나니 하늘이 갑자기 맑아졌다. 대체 뭐지.엘필하모니 건물은 무료 티켓을 발급받은 후 거기 적힌 시간에 입장하는 방식이다. 대기하는 동안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비수기 만세.특별한 건 없지만 주변을 조망하기 좋았고 기념품 가게에 생각보다 예쁜 물건이 좀 있었다.하펜시티 산책을 하면서 벽을 타 보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한쪽으로 무너질 것 같은 저 아슬아슬한 건물은 대체 어떻게 하중을 지탱하는지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놀이터에도 가 보았다.융페른슈티크 역에서 내려..

가다 2024.05.03

얼레벌레 등산에서 롯데월드까지

2024. 4. 27.어느새 (왠진 모르지만) “얼레벌레”로 이름이 지어진 것 같은 클라이밍 모임 날이다. 평소처럼 암장에 가는 대신 용마산 - 아차산 등산을 위해 모였다.낮은 산이라 배낭에 카메라까지 챙겼다. 혹시 쌀쌀할까 싶어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갔는데 버스에 타자마자 벗어 가방에 넣었다.다들 역에 모여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M은 예상했던 대로 잘 올라가는데 S님과 Y가 엄청 힘들어한다. 난 학창 시절부터 운동을 싫어했고 허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자랐는데, 나보다 더 못 움직이는 사람을 볼 때마다 신기하기 그지없다.중간중간 쉬어가며 용마산 정상까지 도달했다. 원래 목적인 아차산 정상에 가려면 온 길을 약간 돌아가야 했지만 아차산 정상에는 인증사진을 찍을 비석이 없기 때문에 굳이 용마산까지..

가다 2024.04.29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8일차: 베를린 기술 박물관

자기 전에 우리가 가려는 베를린 기술 박물관에 짐을 보관할 수 있는지 구글 맵에 질문을 올려놨는데, 3명이 그렇다고 자세한 답변을 달아 주었다. 나가기 전에 따봉을 하나씩 눌러줬다.체크아웃을 하러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가 꽉 찼다. 역시 마지막까지 싼 값을 한다.박물관까지 짐을 끌고 갔다. 코인 로커는 무료인 데다가 사이즈도 낭낭했고, 동전이 없다고 하니 직원이 동전 대신 쓸 수 있는 플라스틱 원판을 주기까지 한다.우선 별관을 보러 갔는데 구 기차 차고지를 그대로 이용한 듯했다. 실제로 운용했던 기차를 줄줄이 전시해 놓았다. 그 외 사진, 서류가방, 가공기술 등의 자잘한 주제에 대한 전시가 위층까지 있다.본관으로 넘어갔다. 이쪽은 선박과 항공기 위주다. 평생 볼 미니어쳐 배(크기가 커서 미니어쳐라 하기도 ..

가다 2024.04.28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7일차: 베를린으로

아침 일찍 렌터카 사무소가 여는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아니 사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도 사무실 문이 잠겨 있고 앞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이게 맞나 싶었는데 이내 직원이 도착해 인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우리가 적절한 시간에 왔구나.분명 경차로 예약을 했건만, 남아 있는 차가 밴밖에 없다고 한다. 대형 차량을 운전해 본 경험은 없지만 이럴 때 한 번 해 보지, 정 안 되면 J가 해 주겠지 싶어 일단 괜찮다고 했다.그런데 우리 면허증을 보더니 면허를 딴 지 1년이 되지 않아 빌려줄 수 없다고 한다. 당황스럽다. 국제 면허증에는 당연하게도 국제 면허증 발급일장만 나와 있다. 그리고 국내 면허증에는 재발급일밖에 나와 있지 않다는 걸 이제 알았다. 공교롭게도 나랑 J 모두 고등학교 졸업 직후 ..

가다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