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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6일차: 물에 비친 드레스덴

DB 앱으로 기차를 예매하는 것이 이제 완전히 익숙해진 것 같다. 일찍 출발해야 해서 호텔 카페에서 차만 마시고 역으로 갔다. 열차 출발 10분 전부터 플랫폼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바로 뒤쪽의 플랫폼으로 변경된 걸 모르고 열차를 그냥 보내고 말았다. 맙소사, 이거 표가 10만 원이 넘는데. DB info에 가서 불쌍한 얼굴을 하고 약간의 불평을 섞어 상황을 설명했다. 혹시 취소할 수 없냐 어떻게 안 되냐고 설득 끝에 원래 취소가 안 되는 플랜인데 직원 재량으로 다음 차표로 변경해줬다. 정말 다행이다. 독일에 대한 호감도가 또 조금 올라갔다. 이제 출발까지 시간이 비게 되어 역 가까운 Bamberger Döner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인장이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었다. 되너는 정말 양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가다 2024.04.21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5일차: 밤베르크의 한갓진 크리스마스

호텔 조식을 돈을 주고 선택해야 한다면 잘 고르지 않는 편인데, 거의 양식이고 맛이 뻔하기 때문이다. 회사 식당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숙소는 조식이 기본 포함이라 내려가 봤다. 먹으러 온 보람이 있게 호밀로 만든 약간 부드러운 흑색 비스킷과 간(肝) 소시지 스프레드와 같은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비스킷은 개 사료가 아닐까 의심스러웠고, 소시지는 약간 비려 많이 먹기는 힘들지만 조금씩 빵에 얹어 먹으면 풍미를 더해준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으나 비가 오지 않으니 날씨가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며칠 있었다고 독일인 다 되었구나. 카메라 침수 우려 없이 드디어 삼각대를 개시했다. 밤베르크로 이동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곳도 연 흔적만 있고 가게는 대부분 닫혀 있다. 글뤼바인을 파는 곳에 사람..

가다 2024.04.20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4일차: 썰렁했지만 따뜻했던 로텐부르크

남은 키쉬를 아침 삼아 먹고 나왔다. 여전히 해는 보이지 않았고 두꺼운 구름 아래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역의 잡화점으로 들어가 물건을 구경했다. 해외여행 오면 시간이 남을 때 서점이나 이런 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오늘 일정은 로텐부르크 관광이다. 구글 지도의 안내대로라면 기차를 타고 도중에 Dombühl 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한적한 역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DB Navigator 앱을 깔아서 검색해 보니 그 버스 정보가 없었다. 공지는 없었지만 어떤 이유로 오늘은 운행을 하지 않는 듯했다. 우버라도 탈까 했는데 잡히지 않았다. 결국 앱에서 안내해 준 대로 기차를 타고 중간 지점으로 돌아간 후 새 경로로 로텐부르크까지 도착했다. ..

가다 2024.04.14

벚꽃 라이딩

2024. 4. 7. 어제 현충원에서 벚꽃 구경도 실컷 했으니 부담 없이 늦게 일어났다. 게으름을 즐기자는 생각에 짜슐랭을 끓여 먹었다. 개인적으론 짜파게티가 좀 더 자극적이고 나은 것 같다. 소파에 누워 역전재판 5를 계속 플레이하다 잠들었다. 오후가 되자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이 올해 벚꽃 마지막일 텐데 나가야 하나? 고민하다 집 근처에 피는 벚꽃도 보고 싶어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저번에 부모님이 집들이 오셨을 때 본가에서 가져온 내 자전거도 본격적으로 타 볼 겸 해서. 전역 후 군대에서 모은 돈을 모두 털어 구입한 자전거인데. 당시 T, S와 아라뱃길로 라이딩 다닐 때 이후로 제대로 탄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 신도시라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었고 가는 길에 벚꽃도 많아 타는 맛이 났다. 멈춰서..

쓰다 2024.04.14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3일차: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빨리 프랑크푸르트 관광을 끝내고 뉘른베르크로 갈 생각에 일찍 일어났다. 우선 찍어 놓은 목적지를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오기로 했다. 중국은 지도에서 가깝게 보이던 곳이 실제로는 멀었는데, 독일은 반대로 지도에선 멀어 보이던 게 실제론 가까워 관광하기가 편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기온에 비해 추웠다. 여기 사람들이 왜 우산을 쓰지 않는지 알겠다. 우산을 펴자 바람의 저항을 받아 앞으로 가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용쓰는 우리 둘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바라봤다. 마인 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유로타워를 슥 보고, 아이젤너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 성당도 봤다. 관광이라기보단 낯선 풍경을 보며 하는 느긋한 산책에 가깝다. 뢰머 광장은 광장치곤 작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건물이 너무..

가다 2024.04.07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2일차: 독일 입국

침대가 좋아 잠을 잘 잤다. 그래도 중국은 왔는데 자금성은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영어가 잘 안 되는지 번역기를 사용한다. 자기들 폰에 설치된 택시 앱을 쓰는데 뭔가 잘 잡히지 않는 것 같다. 기다리다 우리가 알아서 가겠다 하고 나왔다. 거리에 택시가 잘 없다. 좀 걷자 지하철역이 나오길래 이걸 탔다. 알리페이(feat. 네이버페이)로 어지간한 건 결제가 되어 편리했다. 자금성 앞에 대기하는 사람의 줄이 어마어마했다. 비행기 시간도 있고 해서 한 바퀴 다 돌지는 못할 것 같고 멀리서 천안문을 본 것으로 만족했다. 역시 한나절 정도로 관광을 하긴 무리가 있다. 밥 먹으러 왕푸징 거리로 갔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맛이 없다고 하는 베이징덕을 직접 먹고 확인할 ..

가다 2024.04.03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일차: 출국, 중국 입국

J의 아내가 회사에서 안식휴가 두 달을 받아 남미를 돌고 있는 사이, 나와 J는 약 열흘 정도 독일, 덴마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당일이 되어 남은 식재료를 싹 먹어 냉장고를 비워버리고 올해 마지막 설거지, 청소까지 끝냈다. 저녁 출발이라 시간이 남아 눈오리 집게를 가지고 밖에 나갔다. 눈이 잘 뭉쳐지지 않아 오리가 자꾸 반으로 갈라졌으나 점차 요령이 생겨 아파트 앞 수전함 위에 7마리를 얹어놓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버스를 탈 때 예약이 필요하다는 카톡을 받고 놀랐다. 아래는 대화 전문이다. J: 공항버스부터 못탈뻔했네 J: 휴.. J: 예약안했다고 승차 제지당함 나: 엥 나: 공항버스 예약해야함? J: 내가 똑같이 J: 기사한테 물어봤다가 J: 한심하단 표정으로 J: 그거 바뀐지가 언제인데 ..

가다 2024.04.02

키이로: 이것이 진정한 가성비 튀김오마카세

신사동의 키이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내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곳이다. 매달 27일 정도에 캐치테이블에서 그다음 달 예약을 한꺼번에 받는 방식과 2인 이상 예약 가능하다는 제약 때문에 강남에 사는 동안 가 보진 못했다. 최근 문득 생각나 예약을 시도했는데 운 좋게 성공해서 시간 많은 친구 하나를 데리고 가 봤다. 간판을 못 찾아 조금 헤맸지만 일찍 도착했다. 내부는 이렇게 다찌 좌석으로 되어 있다. 친구는 술을 안 마셔서 작은 용량으로 파는 하네야 준마이를 주문했다. 약하고 부드럽지만 뒤로 오래 남는 단맛이 있으며, 한국 전통주스러운 기름진 감칠맛이 느껴졌다.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간만에 맛본 꼭 내 취향의 사케였다. 포토 타임. 오늘 조리되어 나올 재료들이다. 소스는 쯔유와 소금이 제공되며 코스..

먹다 2024.03.30

미셸 글라크루아 탄생 90주년 기념전

저번달 회사 내에서 누군가 미셸 들라크루아 기념전 티켓을 나눔한 적이 있다. 시간이 안 돼서 받진 않았지만, 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보니 그림이 예뻐 가 보고 싶어졌다. 두 주 전 인천에 갈 일이 있어 살짝 들렀다 갈 생각이었는데, 입장 줄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고 표는 매진이라 놀랐었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예술에 관심이 많을 만큼 여유가 넘쳤다고? 그래서 이번엔 예매를 확실히 했다. 전날 새벽까지 마신 결과 쌓인 숙취와 설거지거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다만 너무 서둘렀는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시간이 붕 떠 버렸다. 주위에 레트로 카페라는 곳을 가 봤지만 자리가 꽉 차 국전 게임 매장이나 둘러봤다. 돈은 없었지만 가지고 싶은 건 많았던 학생 때와는 다르게 이제 살 만한 것도 흥미가 가는 것도 없다...

보다 202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