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71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1일차

이번 설날에 가족 여행으로 푸꾸옥을 떠났다. "휴양지를 가자!"라는 것만 전해듣고 모든 계획을 동생에게 맡겼다. 여행지에 비해 세세한 계획까진 필요없으니까. 평소엔 남에게 맡기기 불안해 내가 항상 계획을 짰는데, 신경을 안 쓰니 이렇게 편하다니. 공항에서 점심으로 쉑쉑버거를 먹었다. 시카고에서 먹었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먹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비싼 데다 번이 맛이 없다. 오히려 쉑쉑 짭같이 생긴 프랭크버거 번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한국에선 SPC 계열이라 기피했는데 이젠 정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기내식을 비빔밥과 중국식 대구요리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비빔밥은 물론 맛있지만 매번 먹어서 이번엔 대구 요리를 골라 봤다. 약간 코다리 느낌이 난다. 대한항공 맥주가 있었..

가다 2024.03.05

시간 집약적 LA 여행 5일차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분명 어제는 1시 45분 출발이라 했는데 일어나니 30분 호텔 도착 예정이라고 공지 카톡이 와 있었다. 부랴부랴 준비해 나갔다. 다른 분도 갑자기 당겨진 픽업 시간 때문인지 아직 준비를 못한 것 같았고, 여행사 측 사람은 카톡방에서 그분을 계속 몰아붙이고 있었다. 25분쯤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기다렸는데 차가 도착한 시간은 결국 45분이었다. 아버지가 "이럴 거면 말을 말지, 화장실도 못 갔는데."라고 한 마디 하셨는데, 여행사 측 사람이 "그럼 가세요."라고 하면서 언성이 약간 높아지는 걸 보고 미친 사람인가 싶었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짜증까지 났지만, 괜히 가이드 긁었다 여행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참았다. 정작 가이드는 다른 분이..

가다 2024.01.10

시간 집약적 LA 여행 4일차

투어 첫날. 새벽같이 일어나 체크아웃하면서 최소한의 물건을 제외한 짐을 호텔에 맡기고 투어 차량에 탑승했다. 과연 미국은 땅이 넓다. 관광지 한 곳 한 곳을 갈 때마다 차에서 몇 시간을 버텨야 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기차에 실린 컨테이너,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물류 센터,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풍력 발전기가 보였다.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에 들러 잠바와 옷을 샀다. 쇼핑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지만 막상 하면 나름 재밌고 시간도 잘 간다. 부족한 건 돈이지. 옛날 오로라 아웃렛에 들렀을 때 시향해 본 이후로 늘 가지고 싶었던 코치 EDP도 구입했다. 이 아울렛에서 유일하게 먹을 만할 건 파이브 가이즈라는 리뷰를 봐서 생각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몇 년 전 출장지에서 선배..

가다 2024.01.07

시간 집약적 LA 여행 3일차

아침부터 차를 몰고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로 갔다. 어제 하루종일 시내운전만 하다 고속도로를 타니 마음이 좀 편했다. 출장이나 여행이 아니면 차를 몰 일이 없으니까 나는 만년 초보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 파크,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의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나와 동생은 마블 캐릭터 쪽이 더 친숙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만 돌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각자 마음에 드는 미키 마우스 머리띠를 하나씩 사 썼다. 아버지는 이런 걸 왜 쓰냐는 눈치였지만 나와 동생의 텐션에 얌전히 하나 고르셨다. 앞사람이 first visitor 뱃지를 받길래 우리도 달라고 해서 각자 옷에 달았다. 이곳에서 즐긴 것은 섹션을 나누어서 정리해 보기로 한다. 공원 내부 볼거리의 실시간 정보는 대부분 디즈니랜드 앱에 업데이트되어 편하게 찾..

가다 2023.12.12

시간 집약적 LA 여행 2일차

시차 때문인지 한국에서보다 이른 시간에 상쾌하게 일어났다. 미국 시간이 체질에 맞는 걸까? 아침으로 카페에 가서 미국식 브런치를 즐겼다. 미국에 출장 중일 때 카페에서 휴일 아점으로 베리와 꿀이 올라간 와플을 먹는 것이 그렇게 좋았는데. 이번에는 République Café란 곳을 찾아가 와플, 프렌치토스트, 샐러드, 오믈렛을 시켜 먹었고 역시 성공적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주위 LA 관광지로는 파머스 마켓과 더 그로브가 있었다. 파머스 마켓은 별 감흥이 없었고, 더 그로브 쪽이 길거리를 예쁘게 꾸며놓아 돌아다닐 맛이 났다. 애플 스토어의 거울로 된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베니스 비치 근처의 회사 오피스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내부를 구경했다. 방문한 오피스는 시스템상으로 기록되어 도전과제 깨는 느낌도 ..

가다 2023.11.23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호텔놀이

2023. 11. 11.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만료된다는 메일이 왔다. 팬데믹 동안 연장해 주던 것도 이제 끝인가 보다. 솔직히 비행기 값이 한 두 푼도 아니고 의미 있을 만큼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만료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4만 마일이 좀 넘게 있었고 이 정도면 동남아까진 다녀올 수 있을 테지만, 휴가 쓸 시간이 안 되어 그냥 호텔놀이로 소진하기로 했다. 주말 제일 싼 방으로 3인이서 묵으면 대충 가격이 맞을 것 같아 Y와 J를 초대했다. S와 T는 어차피 못 간다고 할 게 뻔하니까. 그런데 막상 예약하려고 보니 딱 3마일이 부족했다. 어떻게 돈을 써서라도 채울 수 없나 방법을 찾아보니 네이버 포인트를 10마일 단위로 전환할 수 있었다. 열심히 밀린 리뷰를 작성해 예약을 완료했..

가다 2023.11.21

시간 집약적 LA 여행 1일차

자그마치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가족 LA 여행 출발일이다. 원래는 아버지 환갑 기념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무산된 바 있다. 휴가가 별로 없는 동생, 자영업자라 오래 쉬기 어려운 아버지의 의견을 수렴해 딱 1주일만 계획을 잡았다. 미국은 여행이 힘든 나라니 부모님이 더 나이 드시면 못 갈 것 같아 필수 코스는 잠시 들르기만이라도 해야겠는데, 미국 땅이 여간 넓은 게 아닌 데다 짧은 기간 때문에 동선을 짜기도 힘들었고 내가 짠 것치곤 무척 힘든 일정이 되었다. 반차를 쓰고 싸 둔 여행가방을 끌고 본가로 갔다. 사람이 네 명이라 와이파이 도시락을 오랜만에 빌려 봤는데, 며칠 전에 꾼 꿈대로 빌리는 걸 잊어버릴 뻔했다. 계획에는 잘 적어 놨는데 정작 살펴보지 않는 게 참 나답다. 공항 식당에서 주문한 ..

가다 2023.11.19

닌텐도 팝업 스토어

대다수의 인터넷 망령이 그렇듯이 난 관심 있는 분야에는 비교적 소식이 빠른 편이다. 그날도 닌텐도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같은 닌빠인 J형에게 전달해 같이 갈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소식은 정작 예약 오픈 당일, 대부분의 주말 예약이 매진된 이후 접하고 말았다. 그래서 평생 해 본 적도 없는 오픈런을 뛰게 되었고, 적당히 9:30에 용산역에서 만나 줄을 섰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양호했다. 대기 번호를 받고 근처에서 아침으로 설렁탕을 먹고 아이파크몰을 설렁설렁 구경하다 보니 입장 시간이 다가왔다. 여유 있는 진열대 배치와 인원 관리의 결과로 내부는 비교적 쾌적했다. 전날 거금을 지출한 관계로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귀엽고 예쁜 상품이 많아 참기가 무척 힘이 ..

가다 2023.11.18

훌쩍 부산으로

2023. 8. 13. 14일에 휴가를 쓰면 15일 광복절까지 3일 쉴 수 있다. 3일 동안 가만히 있는 건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새벽에 충동적으로 부산 여행 계획을 잡았다. 숙소는 위치가 좋고 가장 싼 곳으로. 그 외 갈 곳으로는 눈여겨봤던 오마카세 집과 찜질방, 바닷가 한 곳, 연수가 추천해 준 암장 정도만 정해 놨다. 15일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는 거의 자리가 없어 겨우 점심에 출발하는 입석 하나를 잡았다. 한국에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니 뭐니 해도 원할 때 먼 지방까지 오가는 일은 쉽지 않은 듯하다. 기차 안에선 딱히 할 게 없었다. 죠죠 5부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를 보고, 아이패드로 클라이밍 티셔츠 디자인 초안을 완성했고, 자판기에서 초코픽을 하나 사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가다 202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