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71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4일차: 썰렁했지만 따뜻했던 로텐부르크

남은 키쉬를 아침 삼아 먹고 나왔다. 여전히 해는 보이지 않았고 두꺼운 구름 아래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역의 잡화점으로 들어가 물건을 구경했다. 해외여행 오면 시간이 남을 때 서점이나 이런 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오늘 일정은 로텐부르크 관광이다. 구글 지도의 안내대로라면 기차를 타고 도중에 Dombühl 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한적한 역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DB Navigator 앱을 깔아서 검색해 보니 그 버스 정보가 없었다. 공지는 없었지만 어떤 이유로 오늘은 운행을 하지 않는 듯했다. 우버라도 탈까 했는데 잡히지 않았다. 결국 앱에서 안내해 준 대로 기차를 타고 중간 지점으로 돌아간 후 새 경로로 로텐부르크까지 도착했다. ..

가다 2024.04.14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3일차: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빨리 프랑크푸르트 관광을 끝내고 뉘른베르크로 갈 생각에 일찍 일어났다. 우선 찍어 놓은 목적지를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오기로 했다. 중국은 지도에서 가깝게 보이던 곳이 실제로는 멀었는데, 독일은 반대로 지도에선 멀어 보이던 게 실제론 가까워 관광하기가 편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기온에 비해 추웠다. 여기 사람들이 왜 우산을 쓰지 않는지 알겠다. 우산을 펴자 바람의 저항을 받아 앞으로 가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용쓰는 우리 둘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바라봤다. 마인 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유로타워를 슥 보고, 아이젤너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 성당도 봤다. 관광이라기보단 낯선 풍경을 보며 하는 느긋한 산책에 가깝다. 뢰머 광장은 광장치곤 작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건물이 너무..

가다 2024.04.07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2일차: 독일 입국

침대가 좋아 잠을 잘 잤다. 그래도 중국은 왔는데 자금성은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영어가 잘 안 되는지 번역기를 사용한다. 자기들 폰에 설치된 택시 앱을 쓰는데 뭔가 잘 잡히지 않는 것 같다. 기다리다 우리가 알아서 가겠다 하고 나왔다. 거리에 택시가 잘 없다. 좀 걷자 지하철역이 나오길래 이걸 탔다. 알리페이(feat. 네이버페이)로 어지간한 건 결제가 되어 편리했다. 자금성 앞에 대기하는 사람의 줄이 어마어마했다. 비행기 시간도 있고 해서 한 바퀴 다 돌지는 못할 것 같고 멀리서 천안문을 본 것으로 만족했다. 역시 한나절 정도로 관광을 하긴 무리가 있다. 밥 먹으러 왕푸징 거리로 갔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맛이 없다고 하는 베이징덕을 직접 먹고 확인할 ..

가다 2024.04.03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일차: 출국, 중국 입국

J의 아내가 회사에서 안식휴가 두 달을 받아 남미를 돌고 있는 사이, 나와 J는 약 열흘 정도 독일, 덴마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당일이 되어 남은 식재료를 싹 먹어 냉장고를 비워버리고 올해 마지막 설거지, 청소까지 끝냈다. 저녁 출발이라 시간이 남아 눈오리 집게를 가지고 밖에 나갔다. 눈이 잘 뭉쳐지지 않아 오리가 자꾸 반으로 갈라졌으나 점차 요령이 생겨 아파트 앞 수전함 위에 7마리를 얹어놓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버스를 탈 때 예약이 필요하다는 카톡을 받고 놀랐다. 아래는 대화 전문이다. J: 공항버스부터 못탈뻔했네 J: 휴.. J: 예약안했다고 승차 제지당함 나: 엥 나: 공항버스 예약해야함? J: 내가 똑같이 J: 기사한테 물어봤다가 J: 한심하단 표정으로 J: 그거 바뀐지가 언제인데 ..

가다 2024.04.02

약간 이른 구례 산수유축제

J 형이 내게 구례 산수유축제와 광양 매화축제 소식을 들고 왔다. 딱 3월 9일 주말이 비어 출사도 갈 겸 따라갔다. 기름값 반띵하고 사진 편집 정도만 하면 운전은 할 필요 없으니 편하다. 내려가는데 형이 목적지를 잘못 찍어 아래로 더 내려가 도착 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졌다. 13시 반 정도에 마을 초입에 다다라 길게 늘어선 차 맨 뒤로 줄을 섰다. 그 와중 앞으로 가 끼어들려는 얌체는 늘 있다. 안내를 따라 천천히 마을을 빙빙 돌다 로타리 한쪽에 빈 공간이 나 주차 후 한참 걸어 축제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작 축제장 가까운 주차장에 자리가 좀 있었다. 출출했지만 동네 식당도 멀고 이미 3시 가까운 시각이라 점심을 먹기엔 애매해 떡볶이, 순대, 와플을 나눠 먹는 걸로 끝냈다. 잘 된 것이, 우리가 지나..

가다 2024.03.21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5일차

마지막 날이다. 아무리 휴양이라도 숙소 근처에서 빈둥대기만 하면 아쉬워서인지 해안 진꺼우 사원을 가는 일정이 있었다. 갔어도 딱히 볼 건 없었다. 섬 전체가 휴양지 그 자체라 문화유적이랄 게 없는 느낌. 난 역시 아직 휴양보단 여행이 취향이다. 낮이라 야시장 쪽 가게는 대부분 닫은 상태였다. 오바마가 갔다는 분짜 음식점에 가서 분짜는 안 먹고 튀김과 반쎄오를 시켜 먹었다. 반쎄오는 내용물이 좀 부실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할 게 없어서 카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크래프트 비어라고 써 있길래 과연 뭐가 나올까 두근대며 주문했는데 그냥 캔맥주가 나왔다. (평소엔 안 마시는) 커피나 시킬 걸 그랬나. 배가 떠 있는 강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왔다. 호텔 근처 야시장으로 돌아가 마사지를 받았다. 이제 별..

가다 2024.03.10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4일차

썬월드에 가는 일정이다. 남쪽으로 내려가 어제 배 위에서 보던 그 로마 스타일 건물들 사이를 통과해 케이블카 역으로 갔다. 케이블카는 세계 최장 길이라고 하는데 매우 높고 길었다. 바다, 배, 섬, 부두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입장권에는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물에 들어가기 귀찮아 놀이기구만 이용하기로 했다. 우든 롤러코스터는 짧지만 격렬해 재밌게 즐겼고 어머니는 이제 이런 걸 타면 머리가 아프신지 아래서 쉬셨다. 그 외엔 딱히 탈 만한 게 없었고 워터파크에 볼 게 더 많아 보였다. 바닷가 구경을 하다 워터파크를 지나 11:30 케이블카 쉬는 시간이 되기 전에 돌아왔다.사노 비치를 갈까 했지만 아래 캠 비치가 식당이 좀 더 많은 것 같아서 그쪽으..

가다 2024.03.08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3일차

조식을 먹고 호핑 투어까지 시간이 좀 남아 엄마와 동생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김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살아있는 벌레는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저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거지? 동생이 갑자기 불러서 수영장 앞으로 나가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셀카 모드로 바꿔서 내 사진을 찍었다. 버스로 남쪽으로 이동해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무로 얼기설기 지어졌으며 곳곳에 화분이 놓인 소박하고 예쁜 곳이었다. 보트로 출항해 큰 배로 옮겨 탔다. 점심으로는 각종 과일과 반미, 그리고 보일링 크랩이 나왔다. 이걸 여기서 먹게 되다니, 반가웠다. 맥주가 무한정 제공되는 점이 좋았다. 스노클링을 하는데 물이 엄청나게 짜다. 물도 그렇게 맑지는 않고 생선도 많이 보이진 않는다. 세부나 동해 물이 정말 ..

가다 2024.03.07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2일차

엄마와 동생은 일찍 일어나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고 아빠는 조식을 드시고 몸이 안 좋아 쉬러 들어가셨다. 나는 혼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에 들어가 보려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면에 벌레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 조용히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몸서리쳐지는 데 수영을 하면서 코나 입으로 들어올 것 같았다. 공용 풀장은 상태가 좀 괜찮은 것 같아 좀 놀다 선베드에 누웠다. 안경이 불편하다. 이럴 때마다 도수 넣은 물안경을 맞추면 좋겠다 싶지만,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생각을 접는다. 엄마, 동생이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대충 앞에 보이는 Morris Bistro로 갔는데 평범했다. 반쎄오에 내용물은 많이 들어있었지만 계란옷이 조금 눅눅했다. 분..

가다 202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