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순천 아랫장 야시장: 늦게 가면 뭐 없어요

juo 2024. 5. 7. 00:28

광활한 순천만 국가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 9시 정도에 야시장에 도착했다. 10시에 닫는다곤 했는데 설마 벌써 끝났나 싶어 헐레벌떡 뛰어갔다. 노랫소리가 들린다.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가운데 플라스틱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어서 적당한 곳에 앉았다. 주변의 포장마차나 상점에서 이것저것 주문해 가져다 먹으면 된다.

뭘 먹으면 좋을까 두리번거리다 바로 옆에 보이는 전집에서 주문을 했다. 공연 소리가 너무 커서 주문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가운데 자리에 앉으면 가게 손님이 아니라 그런지 밑반찬도 안 나오고, 술도 저쪽 슈퍼에서 사야 하고 메뉴도 직접 가지러 와야 한다. 전은 하도 안 나와 두 번이나 재차 확인을 하고 나서야 겨우 조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받아온 음식을 맛봤다. 흑마늘 막걸리는 괜찮았지만(개인적인 기대와 다르게 마늘향은 없었다) 순천만 막걸리는 그냥 그랬다. 김치전은 내가 하는 게 더 바삭하고 맛있다. 그나마 고추전은 고기를 채운 고추 겉에 계란말이처럼 계란을 말아주는데 아삭하고 괜찮았다. 고추 하나가 너무 매워 울 뻔했지만.

음식이 늦게 나와 반쯤 먹기 시작했는데 금새 9시 40분이 되었다. 직원들이 중앙 좌석을 하나하나 접기 시작했고 가게도 마감을 시작해 더이상 주문을 받지 않았다. 야시장이라기보단 저녁 시장이다.

곧 쫓겨날 것 같은 압박이 느껴져 허겁지겁 먹다 우리가 전을 주문한 곳의 테이블로 옮겨앉아—이럴 거면 처음부터 여기 앉아서 먹을걸— 빠르게 다 먹고 자리를 떴다.

양이 좀 부족해 주변에 먹을 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전부 닫아 숙소에서 배민을 이용했다. 여러모로 수도권의 밤과는 많이 다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