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요리 카테고리엔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로 올리려 했었다. 샌드위치나 파스타 이런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 진정한 남자의 요리라고 할 수 있는 뽀글이를 제일 첫 포스트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간만에 실력을 발휘해보았다.
군필자들은 많이 먹어봤을 테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창 배고플 나이인 학생들을 위해서 포스팅 학생들은 라면 같은 건 자제하고 제발 야채와 과일 생선 등을 편식 없이 먹길.
마침 부엌 수납장에 들어 있던 틈새라면. 뽀글이로 먹다 보면 속이 쓰릴 정도의 매운 맛에도 불구하고 부대에선 왠지 인기있었던 라면이다. 물론 나도 PX 틈새라면 매출액에 많은 영향을 줬다.
딱히 틈새라면이 아니더라도 이 조리법은 500 ~ 550cc 정도의 물이 들어가는 수많은 라면에 적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파트. 봉지를 옆구리 안 터지게 윗면만 잘 깐다. 여기서 실수하면 조리시 크나큰 애로사항을 겪게 되거나 아예 조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므로 천천히 정성스레 뜯자.
스프를 바닥 쪽에 잘 털어넣어 준다. 면이 물에 잘 잠기라고 토막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냉면도 최대한 적게 자르는 취향이라 그러지 않았다.
두 번째로 중요한 물 조절이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있다면 좋을 텐데 집에 그딴 건 없으므로 주전자로 끓였다.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한 번씩 아래쪽을 손자 X알 잡듯이 살짝 잡아 본다. 꽉 잡으면 뜨겁다. 물이 들어가면서 봉지도 부풀고 그 부피에 손도 조금씩 펴질텐데, 그 상태에서 사진의 점선처럼 손가락 끝에 물을 맞추면 적절하다.
면을 토막내지 않았기 때문에 반 정도만 물에 잠겼다. 봉지 위쪽 양 옆을 손으로 잡고 있으면 면 아랫부분이 금새 익으면서 조금씩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면이 부러지지 않도록 신사적으로 꾹꾹 눌러 면이 완전히 잠기게 하자.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봉지 입구를 봉할 차례다. 개인적으로 5겹이 되게 접은 다음(양 손으로 봉지 끝을 잡고 가운데로 모으면 자연스레 저 모양이 나온다) 아래로 한 번 더 접는 방법을 선호한다.
보통은 가르지 않은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고정시키지만, 집에 나무젓가락이 없어 빨래집게를 사용했다. 아니면 손으로 잡고 있든가.
익히는 시간은 딱 정해 말할 순 없고 만져봐서 먹을 만하겠다 싶으면 먹자. 면 위쪽이 좀 딱딱한 게 잘 안 익는다 싶으면 풀어서 좀 섞어 주고 다시 봉해도 된다. 그런데 설마 면이 냄비에서 끓인 것처럼 맛있게 익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겠지.
이제 인간이 먹을 수준이 되었다 싶으면 열어서 섞은 다음에 먹자. 아, 그 전에 봉지 입구를 한두번 젖히는 것이 좋다. 깊이가 얕아져서 면과 국물 먹기가 편하다.
계란은 절대로 넣어먹을 생각 하지 말길. 헬게이트가 열린다.
오랜만에 먹은 감상은, 역시 끓인 것보다는 맛없지만 정 설거지 귀찮을 때 한 번씩 먹을 수는 있겠다 정도.
사실 뽀글이의 최강자는 국물 없는 라면 계열이라고 본다. 전에 취사병 동기에게 사천 짜파게티 뽀글이를 먹여 봤는데 끓인 라면만큼 맛있다는 소리를 하고 앉았었다. 글쎄 나는 이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게 다음에 기회가 되면 포스팅할 요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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