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장생건강원 x 바 닉스 콜라보

juo 2025. 5. 5. 17:00

3월 14일, 부산으로 놀러 가 해운대 근처에서 하루 묵게 되었다. 부산이 고향인 지인에게 혼자 갈 만한 술집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파라다이스 호텔의 바 닉스를 알려줬다. 가 본 건 아니고 본인이 가고 싶었던 곳이니 가 보고 후기 알려달라고... 야.

몇 년 전에 갔던 아이리쉬 펍도 사라진 것 같고 까짓것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호텔 3층으로 올라왔는데 간판이 작아 잠시 헤맸다. 요샌 이렇게 입구를 숨겨놓은 스피크이지 컨셉의 바가 좀 보인다.

바 테이블은 예약 손님으로 꽉  차 있었고 구석의 2인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들어가자 마침 서울의 장생건강원이라는 바와 콜라보 중이라서 바 닉스의 메뉴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바 이름도 그렇지만 메뉴도 재료도 하나같이 심상치 않다. 호기심도 동했고 본점에서 파는 것보다 저렴해서 온 김에 전부 마셔 봤다. 상생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이라 재료는 근처 시장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기본 안주와 웰컴 드링크인 당장 페이 브뤼. 부드러운 탄산과 과일 향이 드라이하고 깔끔해 식전주로 기분 좋게 마셨다.

닉스 타코. 바삭하고 간이 좀 셌는데 아래 나올 달달한 저도수의 칵테일과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우선 가장 궁금했던 개금밀면부터 주문했다.

면과 고기 등이 들어간 가니쉬도 그렇고 살얼음 술 본체도 그렇고 알콜 들어간 밀면 그 자체다. 이번 콜라보 한정 메뉴라고.

화이트데이라고 탕후루를 주셨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좀 늦게 먹어서 그런가 끈적거렸다.

두 번째로 주문한 타락죽.

맨 위는 달달한 과자, 아인슈패너같이 꾸덕하고 짭짤 달콤한 크림, 가볍고 새콤한 술의 3가지 텍스쳐를 느낄 수 있다. 술이라기보단 카페에서 음료와 간식을 먹는 느낌이다.

그 다음으로는 경대. 정말 거울이 나와 버렸다. 한가운데 빨대가 꽂혀 있고 아래 서랍을 열면 연기와 함께 달달한 베리 향이 확 퍼진다.

맛은 역시 가볍고 상큼했는데 본인의 얼굴을 보셔 마셔야 한다는 점에서 약간 고통스러울 수 있겠다. 컨셉도 향도 그렇고 제일 재밌게 마셨다.

삼계탕이다. 당연히 삼계탕 맛은 아니지만 쓴 맛에다 대추까지 있으니 시원한 한약을 먹는 느낌이다. 아드벡 피트 향이 강하게 나 제일 술 같다. 계란 흰자가 있어 그런지 약간 비리기도 했다.

구석에서 혼자 조용히 마시고 있었는데 바텐더 분께서 슥 다가와 서비스로 쌍화탕이란 칵테일을 주셨다. 마실 땐 시원하고 청량했으며 삼키고 나니 뒤로 쌍화탕 향이 올라오는 게 재밌었다.

대체로 도수가 약한 편이라 가볍고 재밌게 마실 수 있다. 정말 컨셉 하나는 확실한 곳이고 서울 올라와서 본점을 가 봤는데 역시 재밌는 메뉴가 많았다. 좀 더 독한 칵테일도 있다.

바 닉스의 원래 시그니쳐 메뉴를 맛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뜻하지 않게 새 장소를 발견해서 만족한다. 닉스는 다음에 한 번 더 가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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