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코로나 이후 첫 일본 여행: 공항에서 카루이자와로

juo 2023. 4. 2. 11:38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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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캐리어에 짐을 마저 싸고 동생과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김포공항 국제선은 처음인데, 인천공항보다 한산해서 오히려 좋았다. 출출해서 간식으로 떡볶이를 사러 갔는데 일본어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떡볶이는 단 맛이 좀 부족했다.

동생은 조 말론 면세점에서 향수를 이것저것 시향했다. 옛날에 친구들과 터키/스위스 여행을 갔다 오면서 하나 선물해 줬는데 그 이후로 이 브랜드 제품을 애용하는 모양이다. 두 개를 사면 한정판 미니어처 향수를 하나 준다는 말에 나도 하나 고르라고 강요받았다. 직원이 남자에게 어울리는 향을 추천해 주셨지만 나는 그 옆의 달콤한 페오니 & 블러시 스웨이드가 더 마음에 들어 그걸로 골랐다. 이렇게 첫 향수가 생겼다.

스크린이 있는 비행기 좌석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ANA항공이라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었고 원피스 필름 레드를 영어 자막으로 보며 시간을 때웠다. 오랜만에 맛보는 기내식과 와인도 반가웠다. 만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하네다 공항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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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역으로 가기 위해 스카이라이너를 타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안내소에 물어보자 모노레일이 빠르다고 추천해 주셨다. 아무래도 이동 수단을 조사할 때 나리타 공항으로 잘못 검색했던 것 같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긴 하는데 이렇게 대충이다. 특급을 탈 생각을 못하고 먼저 도착한 일반 모노레일을 탑승했지만 결국엔 여유 있게 우에노 역에 도착했다. 에끼벤을 사서 신칸센으로 갈아타자마자 먹기 시작했다. 게와 가리비, 이쿠라의 조합이 좋았다.

기차에서 보는 풍경은 복잡한 도심부터 한적한 시골까지 한국과는 또 느낌이 달라 정겨웠다. 카루이자와 역에 도착하자 눈이 송이송이 내리고 있어 패딩 입는 것도 미루고 덜덜 떨며 사진을 찍었다. 일본 여행을 올 때마다 눈 또는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짐을 풀고 나니 일정표대로 이미 저녁이라 관광지는 갈 수 없었고, 아울렛이 아직 열려 있었지만 영업 종료가 임박한 시간이었다. 폐점 30분 전에 도착해 미리 찍어놓은 가게를 구경했다. 동생 생일선물로 잠바를 하나 사 줬고, 나도 마음에 드는 귀여운 옷을 찾았지만 XL 사이즈밖에 없어 사진 못했다. 가운데의 호수, 자욱이 깔린 안개에 산란되는 조명이 예뻤지만 별로 살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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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이자카야로 가 술과 안주를 이것저것 시켜 봤다. 가게가 모두 일찍 닫아 연 곳이 별로 없었다. 메뉴판이 죄다 일본어였지만 예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실시간 번역 앱이 잘 되어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하나하나 맛은 있었지만 한국에서 먹는 이자카야에 비해 새로울 게 없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과자와 푸딩, 맥주를 사서 호텔로 돌아와 2차를 즐겼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든 현지 과자를 먹는 이 시간은 정말 각별하다. 이렇게 알차게 즐겼는데도 평소보다 일찍 자는 것 같다. 역시 회사를 다니면 생활 습관이 무너지고 여행을 해야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