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코로나 이후 첫 일본 여행: 카루이자와 거리, 토키노니와 료칸

juo 2023. 4. 3. 01:17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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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체크아웃 후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우선 역 앞의 버스 터미널로 갔다. 2번 터미널에서 쿠사츠까지 가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13시 40분에 급행이 있어 이걸 타기로 했다. 약간은 이국적이면서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니 기분은 좋았지만 쌀쌀했다. 날씨도 자전거를 탈 것도 알았지만 장갑을 가져올 생각은 둘 다 하지 않았다.

나무가 울창한 좁은 도로를 따라 도착한 쿠모바이케는 겨울이라 그런지 풍경이 썩 아름답진 않았다. 작년 말에 구입한 선글라스를 여행 중 처음으로 써 봤는데, 눈부심은 줄었지만 선명한 색채를 느낄 수 없어 이내 보통 안경으로 돌아왔다. 사진을 찍힐 때는 좋을 것 같지만 찍는 입장에서는 영 아니었다.

카루이자와 거리의 관광지도 몇 개 찍어놓긴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갈 거리도 아니었고 시간도 안 될 것 같아 쿨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나나 동생이나 계획은 적당히 세우지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계획표에 “적당히 근처의 관광지를 관람”이라 되어 있기도 하다. 한정된 스케줄 안에서 한 번에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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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카루이자와 거리로 가서 점심을 먹을 만한 식당을 검색해 봤다. 소바집이 유명한 모양이지만 오픈 전부터 대기가 엄청나길래 적당히 『중화소바 미노야』라는 라멘집으로 들어갔다. 골목 안쪽이라 찾기가 힘들었다. 츠케멘이라는 걸 처음 먹어 봤는데 가게 특징인지 간이 약한 편이라 라멘이 나을 것 같았다. 같이 나온 미니 밥과 차슈가 더 맛있었지만 너무 양이 많아 다 먹지는 못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매우 친절했고 양에 비해 가격은 싼 편이었다.

자전거 대여 시간이 끝나 호텔로 돌아와 반납 후 다시 거리까지 걸어가야 했다. 지브리, 스누피, 미피 캐릭터 카페가 눈에 띄어 이곳저곳 들어가 봤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많아 동생이 “귀여워”를 연신 외쳤다. 군것질 거리가 여기저기 보였지만 점심을 너무 배부르게 먹은 탓에 모두 지나쳐야 했다. 유명하다는 모카 소프트 젤리 아이스크림만 하나 사 먹어 봤는데 딱 인스턴트 커피를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맛이라 굳이 먹을 필요는 없었다.

호텔에서 짐을 찾아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자 버스 출발 20분 전이다. 이미 몇 명이 여행가방을 들고 줄을 서 있었다. 버스에서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쿠사츠 버스 터미널에 와 있었다. 오늘의 숙소인 『토키노니와』 료칸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보지 않았는데 터미널 1층으로 내려가니 료칸 이름이 적힌 차가 있어 후다닥 물어보고 탑승했다. 가는 길을 보아하니 걸어갔으면 큰일났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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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하면서 석식 시간을 20시로 정해 놓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여기서부턴 동생과 따로 행동하며 각자 시설을 구경하고 욕탕을 섭렵했다. 아담한 중앙 정원은 료칸의 이름답게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정취가 느껴졌다. 추워서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공용탕은 남녀 두 곳씩 총 네 곳, 개인탕은 세 곳 있다. 먼저 노천탕이 없는 공용탕을 가 봤는데 예상대로 사람이 하나도 없어 혼자 느긋하게 즐기다 나왔다. 휴게실에서 제공되는 무료 아이스크림을 먹고 느긋하게 개인탕 세 곳을 모두 재패했다. 가 본 료칸 중 욕탕 시설로는 제일 좋은 것 같다.

점심에 그렇게 배불렀는데 어두워지자 출출해지는 게 느껴졌다. 밥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이동했다. 처음 나온 회는 두꺼웠는데도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이렇게 맛있는 숙성회는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 메뉴는 맛에서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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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까지 모두 먹고 나자 배가 너무 불렀다. 마사지를 받아볼까 했는데 배를 압박받았다간 토할 것 같아서 동생은 발, 나는 머리&어깨 오일 마사지를 예약했다. 도미 인 계열이라 그런지 야식으로 무료 라멘이 제공되었지만 줄도 길고 배도 불러 무시했다. 기념품 가게에서 과자와 비누를 사고 방에서 뒹굴거리다 시간이 되어 마사지를 받았는데 별로 시원하지는 않았다. 역시 마사지는 동남아 쪽이 싸고 잘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천탕이 있는 공용탕으로 가 봤다. 늦은 시간이라 또 사람이 하나도 없어 조용히 즐길 수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북두칠성이 가까이 보였다. 로비에 비치된 안마의자를 잠시 즐기다 객실로 돌아왔다.

동생이 객실 욕탕을 즐길 동안 나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중앙 정원에 나왔다. 별이 많이 보여 30 정도 셔터를 누르다 너무 추워서 철수했다. 자판기에서 평소 마셔보고 싶던 스트롱제로를 뽑아 방으로 돌아왔다. 음료, 9도나 되는데 데다 독한 느낌도 별로 나지 않아 정말 알중제조기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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