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코로나 이후 첫 일본 여행: 시부야

juo 2023. 4. 5. 21:58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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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역은 엄청났다. 그동안 가 본 일본의 대도시라 봐야 오사카나 삿포로 정도였는데 이곳은 정도가 달랐다. 일본 인구의 80% 정도가 여기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차로에 사람이 많다. 멋지고 특이한 패션을 한 사람도 많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한국 사람이 옷을 무난하게 잘 입긴 하지만 재미가 없다. 개인적으론 좀 더 다양성을 용인하는 분위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텔을 all day place라는 곳으로 잡았는데 체크인이 완전 셀프라 신선했다. 방은 캐리어 두 개와 침대 두 개를 빼면 발 디딜 공간이 없는 수준으로 정말 작았다. 특히 벽걸이 TV보다 얇아 보이는 냉장고가 인상 깊었다. 그래도 적당한 가격대에 적당한 위치가 여기밖에 없었고, 오다가다 본 1, 2층의 카페와 식당의 사람들이 즐거워 보였다. 도쿄에서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한 번쯤 들러봤을 것이다.

짐을 내려놓고 동생 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스타벅스 미야시타 공원점으로 갔다. 난 굿즈에는 관심이 없었고 바깥의 인조 잔디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거나 엎드려서 노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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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야키니쿠를 먹고 싶다고 해서 이 시간에 영업하는 곳 중 적당한 곳을 찾았다. 리뷰를 보니 생각보다 혐한을 하는 곳이 몇 있는 모양이다. 누가 봐도 영등포에 있을 법한 한식당을 지나쳐 찾아간 고베 야키니쿠 칸테키는 자리가 꽉 찼다고. 그런데 친절하게도 직원 한 분이 나와 손수 분점으로 안내해 주셨다. 배가 고프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고기 모둠 세트 2인분과 우설을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우설부터 시작해서 고기가 모두 부드러웠고, 내장도 간이 강하게 되어 있어 거부감 없이 들어갔다.

다음은 지도에서 발견한 타이토 스테이션으로 갔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굿즈가 있으면 좀 뽑아줄까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스파이 패밀리』의 아냐 피규어를 뽑으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돈을 열심히 넣고 있자 직원 분이 보다 못해 뽑기 쉬운 위치로 옮겨주셨다. 그래도 4만 엔 정도밖에 쓰지 않은 것 같아 만족했다. 칼날로 실을 끊는 뽑기는 생각보다 쉬워 커비와 일레이나 피규어를 각 400엔 정도에 뽑을 수 있었고, 동생도 『귀멸의 칼날』의 네즈코 피규어를 뽑고 펄쩍펄쩍 뛰었다. 미쿠나 파이널 판타지 등의 좀 더 취향인 피규어가 있었다면 돈을 더 썼을 테지만 아쉽게도 끌리는 건 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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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메가 돈키호테다. 24시간 영업이라 느긋하게 돌 수 있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팠다. 동생은 선물할 이런저런 상품을 가득 담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쓸 안약, UFO 컵라면, 그리고 와일드 터키 101을 담았다. 명성대로 3000엔이 약간 넘는 매우 싼 가격이라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1시였다. 어찌나 하루를 알차게 썼는지 아침에 온천에 들어간 것이 마치 어제 일 같다. 한참을 낑낑대며 짐 정리를 하는데 난 캐리어가 작아 물건을 많이 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앞으로 일본에 온다면 돈키호테는 주류 코너만 봐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