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코로나 이후 첫 일본 여행: 쿠사츠

juo 2023. 4. 5. 21:06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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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선언한 대로 동생이 아침 온천을 즐기고 돌아와 깨우기 전까지 잤다. 일어나자마자 식당으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오카유/밥 중에 뭘 먹을 것인지 고르라길래 동생은 밥, 나는 오카유가 뭔지 몰라 선택해 봤는데 죽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소화도 잘 안 되므로 죽도 나쁘지 않다. 일본식 한 상차림이 나왔고 모든 반찬을 조금씩만 먹었다. 일본식 반찬은 의외로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것만 들어오는 것일 테지. 낫토에 동봉된 간장이 맛있었던 게 기억난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공용 욕탕으로 갔다. 하루가 지나면 남녀 탕이 바뀐다. 내부가 좀 다를까 기대했지만 거의 비슷했다. 그래도 사람 없이 아침의 온천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매번 타이밍을 잘 맞춘 것 같다. 아이스크림 대신 요구르트가 제공되길래 하나 집어 쪽쪽 빨아먹었다.

투숙비가 비쌌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지만 11시를 꽉 채워 체크아웃했다. 송영 버스로 쿠사츠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 코인 락커에 짐을 밀어 넣고 쿠사츠 거리를 돌아다녔다. 일정에는 유모미 구경이 있었지만 오후 공연을 보기엔 버스 시간이 애매했고 오전 공연은 9시에 이미 예매가 끝난 상태라 이번에도 쿨하게 넘기기로 했다. 공연은 유튜브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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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라 그런지 월요일인데도 유바타케 주위는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붐볐고 식당마다 줄이 길었다. 우린 이미 배가 불렀기 때문에 거리와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며 고로케, 닭/돼지고기 꼬치, 온센타마고, 맥주 등의 군것질로 끼니를 때웠다. 다른 것도 괜찮았지만 꿀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었다. 동생이 회사 주임님께 선물로 드릴 젓가락을 고르는데 구경하다 보니 나도 사고 싶어졌다. 고양이, 토끼 젓가락과 고양이 모양 받침대 두 개를 구입했다.

사이노카와라 공원 길을 따라 올라가자 온천수가 계곡물처럼 흐르고 있는 광경이 신기했다. 족욕탕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수건이 없어 손으로 잠시 온기를 느끼는 데서 만족하기로 했다.

동생의 카페인 충전을 위해 적당한 카페에 들렀다. 몽블랑이 먹고 싶었는지 바로 옆에 있는 나라야 호텔 부속 카페를 고르던데, 정작 메뉴 개편으로 몽블랑은 없었다. 대안으로 시킨 초코 케이크는 나쁘지 않았다. 난 커피는 즐기지 않지만 매실주 커피란 게 있길래 시켜 봤는데 그냥 산미가 좀 느껴지는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매실은 의외로 과육을 씹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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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 표를 사고 미리 봐 둔 시간에 버스를 탑승했다. 카루이자와 역까지 가는 표는 A4지 한 장짜리였다. 신칸센으로 갈아타기 전에 역에서 파는 토게노카마메시를 샀다. 맛은 평범했지만 찾아보니 나름 유명한 에키벤인 듯하고 딸려오는 자기 그릇이 예뻤다. 깨트리지 않고 한국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시부야 역이 종착지니 도쿄역까지 신칸센을 타고 가면 됐을 텐데, 나는 반만 계획적인 사람이라 며칠 출발했던 우에노 역에 내렸다. 역에서부터 사람이 엄청나게 많음. 그도 그럴 것이 월요일 퇴근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본 전철도 만큼 탔을 텐데 사는 곳을 찾는 한참 걸렸고(가지고 있는 표로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 정확히는 개찰구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다른 노선의 표를 잘못 사서 샀다. 일본 전철을 때마다 공공부문 민영화의 해악(게다가 거의 비가역적인) 몸소 느끼게 된다. 한국도 머지않은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