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5일차: 밤베르크의 한갓진 크리스마스

juo 2024. 4. 20. 17:02

호텔 조식을 돈을 주고 선택해야 한다면 잘 고르지 않는 편인데, 거의 양식이고 맛이 뻔하기 때문이다. 회사 식당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숙소는 조식이 기본 포함이라 내려가 봤다.

먹으러 온 보람이 있게 호밀로 만든 약간 부드러운 흑색 비스킷과 간(肝) 소시지 스프레드와 같은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비스킷은 개 사료가 아닐까 의심스러웠고, 소시지는 약간 비려 많이 먹기는 힘들지만 조금씩 빵에 얹어 먹으면 풍미를 더해준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으나 비가 오지 않으니 날씨가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며칠 있었다고 독일인 다 되었구나. 카메라 침수 우려 없이 드디어 삼각대를 개시했다.

밤베르크로 이동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곳도 연 흔적만 있고 가게는 대부분 닫혀 있다. 글뤼바인을 파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강을 따라 도시 곳곳을 걸어 다녔다. 셀카봉을 사용해 브이로그도 찍어 봤다. 멘트 치는 걸 보아하니 유튜버 할 재목은 못 되는 것 같다.

특별한 관광지랄 곳은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도시가 예쁘니 걸을 맛이 난다. 아침을 거하게 먹어 점심은 스킵하기로 했다.

지도에서 놀이터를 발견해 그곳으로 향했다. 놀이터 찾아다니는 나도 나지만 군말 없이 따라오는 J도 평범한 놈은 아니다. 미니 집라인 같은 놀이기구가 있길래 아이들이 타던 걸 잠시 양해를 구하고 한 번씩 타 봤다. 생각보다 속도가 있고 마지막에 멈출 때 반동이 커 재밌었다.

성당과 박물관을 들르고 고지대로 올라가 예쁜 사진을 건지고 내려왔다.

이 지역은 훈제 맥주가 유명하다고 한다. 유명한 집…의 옆집으로 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다 비슷비슷할 것 같았다.

맥주에서 훈제의 꼬리한 향이 나는 게 신선했다. 슈니첼 종류가 여러 개 있길래 별생각 없이 예거슈니첼을 주문했는데 찾아보니 이게 독일식 슈니첼 비슷한 거더라. 역시 뭘 하든 정답을 고르는 여행이다. 학세는 칼로 쳤을 때 툭툭 소리가 날 정도로 겉은 바삭하면서 살은 건드리기만 해도 분리가 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매일 만족스러운 식사다.

5시밖에 안 되었는데 밤 9시처럼 어두워졌다. 숙소에서 좀 쉬다 슬슬 빨래를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 코인 빨래방을 찾아갔다. 홈리스로 보이는 사람이 구석에 앉아 락앤락에 든 혼합물을 먹고 있었다. 좀 헤맨 끝에 빨래를 돌리고 근처에 들를 곳을 찾았다.

기껏 찾은 맥주집이 문을 닫아 근처의 펍으로 갔다. 찐 로컬만 갈 것 같은 곳이다. 마침 크리스마스 음악 메들리를 트는 날이어서 분위기가 매우 흥겨웠다. 건조기를 돌릴 시간이 되어 금방 나와야 했던 게 아쉬웠다.

건조를 시키는 동안 또 거리를 한 바퀴 돌았다. 같은 다리를 하루에 몇 번 건너는지, 도시 탐방을 우리처럼 제대로 하는 여행객은 없을 거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