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9.
다시 한번 어머니와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역삼의 음식점은 대부분 닫았을 것이므로 강남의 적당한 음식점에 들러 끼니를 때우고 출발했다. 어머니가 강남은 놀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신다. 생각해 보니 이 근처는 밥이나 술을 먹는 것 빼곤 특별히 유흥거리가 없는 듯하다. 오다가다 본 거라면 코인노래방과 스티커 사진관뿐, 영화관도 시설이 별로 좋지 않아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낫다. 그러게, 사람들은 왜 여기 오는 걸까.
부동산에서 보여주기로 한 집을 먼저 가 봤다. 방 구조가 아주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매매할 때 방이 3개인 편이 선호도가 높을 거라고 어머니가 나를 설득해서 우선 납득하고 견적을 내 보았다. 일단 내 형편에 사기엔 좀 비싼 편이었고, 매도인이 원하는 잔금일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 결렬되었다. 별로 아쉽진 않았다.
어머니는 미련이 남은 표정이었다. 그러자 중개업자 분이 구경이라도 할 겸 다른 집을 보러 가자고 하시길래 가 봤다. 같은 신도시지만 도로 하나를 건너자 지역이 바뀐다. 처음 본 집은 평범했고, 그다음 집은 3층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ㄷ자형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탁 트여 있는 넓은 거실과 주방을 보자 한눈에 반했다. 방이 두 개라 하나하나가 넓기도 하고 창 밖으로는 나무가 보여 계절감도 느껴졌다.
단지나 위치 등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들어 바로 가계약하기로 했다. 평수가 작으니 처음 본 물건보다 2억 원 정도 싼 데다 잔금일도 잘 맞았다. 중개업자들이 항상 “부동산은 제 임자가 있다”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걸까. 계약이 끝나고 중개업자 분이 저녁을 사 주셨다. 부동산은 정말 사람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직업 같다.
자취방으로 돌아가려다 본가로 돌아가 기념으로 아버지와 발렌타인을 까서 한 잔 했다. 물론 내 재산이 주로 들어가긴 했지만 부모님의 지원 없이 내가 이런 집을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집값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아버지는 이제 결혼만 하면 된다 하셨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내 하고 싶은 대로 행복하게 살고 부모님께 잘해 드려야지 뭐.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버이날 선물 고르기 (0) | 2023.05.20 |
---|---|
클라이밍 모임 (0) | 2023.05.07 |
거칠어진 손 (0) | 2023.05.03 |
웅진 한국의 자연탐험 (0) | 2023.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