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9.
어렸을 때 웅진에서 발매한 한국의 자연탐험 70권 + 어린이 과학탐험 16권이 집에 있었다. 책도 얇고 내용도 재밌어서 몇 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고, 자연과학, 생물학, 천문학 분야의 여러 잡지식과 흥미를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 내라고 하면 항상 과학자라고 쓰곤 했다. 지금은 컴퓨터를 만지고 있지만.
그렇게 좋아했던 책이건만 여느 어린이와 다를 바 없이 책의 가치는 알지 못했다. 고로 그냥 험하게 보는 것도 모자라 학교 숙제에 이 책의 사진을 잘라 붙여 제출한 적도 많았다. 결국 책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려졌다. 그만큼 좋은 사진이 잔뜩 실려 있었고 몇몇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다. 어린이용으로 판매되긴 했지만 성인이 보기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들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사소한 계기로 이 추억의 책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새 판본도 한 번 나온 모양이지만 지금은 모두 절판된 듯 했다. 중고 서점을 뒤져서 당시 내가 봤던 95년도판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퇴근하니 집 앞에 커다란 박스가 두 개 놓여 있었다.
포장을 풀고 책 한 두 권을 펴 보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그러나 아무리 한 권 한 권이 얇아도 86권이라는 책의 부피는 생각보다 크다. 이걸 어디다 넣어야 할지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새로 구입한 손님용 매트도 겨우겨우 옷장에 구겨 넣은 참이라 너무 앞뒤 안 보고 샀나 싶었다. 왜 애들용 책을 샀냐는 핀잔을 들을까 봐 자취방으로 배달시킨 건데, 생각을 좀 잘못한 듯싶다.
신발장 옆 수납장을 잘 정리하자 세 칸을 할애해 모두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나마 수납 공간이 많은 오피스텔이라 다행이다. 시간이 날 때 한 권씩 펴 보면서 초등학생이었던 나를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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