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5.
어머니가 전날 자취방에 오셔서 주무시고 가셨다. 처음 이 집을 마련할 때, 가족 여행을 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그리고 세 번째로 들르신 거다. 방 상태를 보다 못해 청소를 하려 하시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당신 보시기에도 괜찮은 수준인 듯했다.
오신 이유는 부동산을 같이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집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형편이 되지 않으면 전, 월세, 정 안 되면 본가로 다시 들어가 살아도 딱히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싫어하시겠지만. 여태껏 생각 없이 살아왔고 미래에 대한 투자 같은 건 욕심도 관심도 없다. 하지만 어머니께선 이미 인터넷으로 괜찮은 지역을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이미 단지까지 결정하신 듯하다.
집 근처 맛집인 농민백암왕순대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지만 토요일 이른 점심부터 사람이 많았다. 집 근처 맛집이 유명하단 건 지역 주민으로서 딱히 좋은 일은 아닌 듯하다. 근처의 체인점에서 적당히 식사를 하고 출발했다.
신도시라 그런지 단지가 깔끔하고 조경이 잘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눈여겨본 집은 단지 내 입지, 층, 창문으로 보이는 경치가 괜찮았다. 현 입주자의 짐이 너무 많아 좁아보이긴 했지만 다 빼면 한 두 명이 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내가 끌어모을 수 있는 돈으로 이 이상 넓은 곳을 구하는 것도 무리고.
부동산 업자를 통해 집주인과 연락이 되었다. 가격도 어느 정도 흔쾌히 깎아 주길래 바로 계약을 하려 했지만, 계약서를 작성하기 직전에 팔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다. 자기 재산 상황에 대해 뭔가 잘못 알고 있었는지, 2주택에 대한 세금이나 은행 이자 등을 감수하고도 월세를 계속 받는 게 더 이득이란 계산이 섰나 보다. “그럴 거면 매물을 내지 마!”라고 하고 싶었지만 한 두 푼이 오가는 게 아니니 뭐. 추가로 역시 돈을 많이 버려면 개인 사업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른 동이나 옆 단지를 좀 더 돌아봤고 총 5개의 집을 봤다. 동네가 동네라 다들 나쁘진 않았지만 처음 본 집만큼 만족스러운 곳이 없었다, 특히 가격이. 옆 단지는 약간 넓은 만큼 가격도 10억이 넘어가서 이자를 낼 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졌다. 결국 그대로 본가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갈증이 나 곰표 캔맥주 두 캔을 슈퍼에서 사 와 어머니와 마셨다. 역시 서울 출퇴근 1시간 이내 거리에 괜찮은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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