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9.
며칠 전 술을 마시고 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클라이밍 체험 광고판을 보고 당일 자기 전에 예약을 걸었다. 예전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었기도 해서 술기운을 빌려 망설임 없이 지른 것이다. 제일 좋았던 점은 집에서 매우 가깝다는 거다. 뭔가를 하러 집에서 멀리 가야 할수록 의욕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당일날이 되어 터덜터덜 걸어 센터로 갔다. 매번 앞을 지나면서도 지하에 위치해서 안쪽이 안 보였는데, 내려가자 유리 너머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였다. 평일 저녁에는 퇴근하는 직장인 때문에 이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왠지 집 근처의 장소는 한산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역시 서울은 다르다.
체험 인원은 서로 친구 사이인 남자 두 분, 혼자 오신 여자 한 분, 나 이렇게 네 명이었다. 미국 같은 문화였으면 다같이 인사도 하고 스몰톡도 했을는지 모르겠다. 나는 남이 말을 걸면 대답은 잘해 주는 편이지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건 삼간다. 세상도 흉흉하니 너무 들이대는 사람 취급받는 건 사양한다.
교습은 아니고 체험이라 오르는 방법과 주의사항, 기본적인 코스를 같이 올라 보는 걸로 체험을 마쳤다. 이후 하루 동안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난이도별로 색이 구분되어 있어서 우선 비교적 쉬운 코스를 찾아 하나하나 끝내 봤다. 생각보다 할 만해서 그 다음 난이도를 몇 개 시도해 봤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오르는 기술이 필요한 듯했다.
그렇게 두 시간 반쯤 놀자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자 악력을 모두 쓴 것 같다. 더 하고 싶어도 못 할 것 같아 나오면서 두 달 강습을 신청했다. 회사에서 교육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것도 그간 하나도 못 썼으므로 이번 기회에 이용해볼 겸. 돈을 써서 스포츠란 걸 배워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학창 시절엔 체육 과목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싫어했었는데, 재미없는 운동만 골라 배워서 그런 건지 시험을 봐야 해서 그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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