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부동산은 제 임자가 있다

juo 2023. 5. 5. 22:11

2023. 4. 29.

다시 한번 어머니와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역삼의 음식점은 대부분 닫았을 것이므로 강남의 적당한 음식점에 들러 끼니를 때우고 출발했다. 어머니가 강남은 놀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신다. 생각해 보니 이 근처는 밥이나 술을 먹는 것 빼곤 특별히 유흥거리가 없는 듯하다. 오다가다 본 거라면 코인노래방과 스티커 사진관뿐, 영화관도 시설이 별로 좋지 않아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낫다. 그러게, 사람들은 왜 여기 오는 걸까.

부동산에서 보여주기로 한 집을 먼저 가 봤다. 방 구조가 아주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매매할 때 방이 3개인 편이 선호도가 높을 거라고 어머니가 나를 설득해서 우선 납득하고 견적을 내 보았다. 일단 내 형편에 사기엔 좀 비싼 편이었고, 매도인이 원하는 잔금일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 결렬되었다. 별로 아쉽진 않았다.

어머니는 미련이 남은 표정이었다. 그러자 중개업자 분이 구경이라도 할 겸 다른 집을 보러 가자고 하시길래 가 봤다. 같은 신도시지만 도로 하나를 건너자 지역이 바뀐다. 처음 본 집은 평범했고, 그다음 집은 3층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ㄷ자형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탁 트여 있는 넓은 거실과 주방을 보자 한눈에 반했다. 방이 두 개라 하나하나가 넓기도 하고 창 밖으로는 나무가 보여 계절감도 느껴졌다.

단지나 위치 등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들어 바로 가계약하기로 했다. 평수가 작으니 처음 본 물건보다 2억 원 정도 싼 데다 잔금일도 잘 맞았다. 중개업자들이 항상 “부동산은 제 임자가 있다”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걸까. 계약이 끝나고 중개업자 분이 저녁을 사 주셨다. 부동산은 정말 사람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직업 같다.

자취방으로 돌아가려다 본가로 돌아가 기념으로 아버지와 발렌타인을 까서 했다. 물론 재산이 주로 들어가긴 했지만 부모님의 지원 없이 내가 이런 집을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집값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아버지는 이제 결혼만 하면 된다 하셨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행복하게 살고 부모님께 잘해 드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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