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7.
새벽까지 버튜버 방송을 보다 잠들었다. 푹 잤다 싶을 때 눈을 뜨니 14시였다. 여전히 이불 밖으로 나가기는 싫었지만 밥 먹을 시간도 지났고 해서 일어났다. 마침 친구가 보낸 토스 이벤트로 배달의 민족 쿠폰을 받아서 인도 카레를 시켰다. 램 빈달루, 바스마티 쌀, 난, 탄두리 치킨, 라씨가 포함된 세트라 이걸로 저녁까지 때울 수 있다.
닌텐도 스위치로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를 하다 배달된 밥을 먹고 『기동전사 건담 UC』 마지막 화를 보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 것도 없는데 금새 밤이 찾아왔다. 이대로 자긴 아쉬웠다. 막상 누워도 뒤척이다 결국 새벽에 잘 게 뻔하다. 그렇다면 산책이나 나가기로 했다. 3일 연휴가 끝난 것에 대한 현실도피였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따뜻하게 입고 향수를 뿌렸다. 예전엔 굳이 왜 뿌리나 싶었지만, 한 번 사용해보고 나니 걸어다니며 가끔씩 향이 느껴지면 기분이 좋았다. 추가로 옷이나 악세사리처럼 스스로에게 또 하나의 색채를 부여하는 느낌이다. 카메라를 챙길까 하다 그냥 가볍게 출발했다.
우선 테헤란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었다. 달이 동그랗고 밝다. 오르막 다음 내리막이 이어지고 좌우로 높은 건물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재미있는 풍경은 아니다. 사람은 적지만 여전히 차들은 오간다. 가끔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도 있다. 가게는 대부분 불이 꺼져 있지만 편의점과 써브웨이는 아직 불이 환하다.
강남경찰서와 소방서가 마주보고 있는 곳을 지나자 삼성교가 나왔다. 아래로 공사중인 듯한 텅 빈 부지가 보였다. 약간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곳도 지루한 풍경이다. 한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다리들이 좀 더 예쁜 느낌이다. 저 너머로 보이는 롯데타워를 슥 보고 되돌아갔다.
백화점 유리 너머 커다랗게 붙어 있는 화려한 명품 사진들은 불이 꺼지자 그냥 평범한 물건 사진일 뿐이었다. 조명은 물건을 더 잘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을 가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편의점에 음료를 사러 들어갔지만 알바가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깨우기 싫어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두고 나왔다. 나도 슬슬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체내에서 카페인이 분비되는 것처럼 정신은 또렷했다.
이 새벽에도 아직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처럼 잠이 오지 않거나 또는 내일이 오는 것이 싫어서 밤을 걷고 있는 걸까. 집 앞 골목길은 차와 담배 피는 사람이 낮보다 적어 쾌적했다. 가볍게 뭔가 먹을까 했지만 이미 두 시가 되어 그냥 누웠다. 몸 온도가 내려간 만큼 이불이 따뜻하다. 빨리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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