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
예전에 G가 같이 보자고 꼬신 JLPT N2 시험날이 되었다. 어차피 우리 실력에 합격할 거란 생각은 안 했고 일단 신청을 해 놓으면 뭐라도 공부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거의 하지 않았다.
전철을 타고 시험장으로 가는 도중 G에게 오늘 시험을 못 볼 것 같다고 카톡이 왔다. 이유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합격하지 못할 것 같다거나 그런 거겠지. 하지만 출발하기 전이면 모를까 가는 도중에 연락을 하다니,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도 뭐해 런한 사람은 내버려 두고 혼자서라도 보기로 했다.
이제 학교는 자격증 시험을 칠 때가 아니면 올 일이 없다. 개원중학교는 휠체어 통로가 있는 것이 좋아 보였다. 분명 바퀴 달린 뭔가에 타서 미끄러져 내려가다 다치거나 혼난 학생이 있었겠지. 책상이나 의자 등의 기물도 나무 책상이 아니라 반질반질하고 실용적인 재질이었다. 그리고 그때와는 다르게 모든 것이 작아 보였다.
문제 유형을 전혀 살펴보지 않아서 어떻게 출제가 되었을지 하는 호기심과 함께 시험지를 펼쳤다. 앞부분은 짧은 글이나 단어 위주로 나와 선택지를 감으로 추측한다거나 두 개 정도로 줄이는 정도까지는 가능했다. 하지만 뒷부분에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지문이 나왔을 때는 정말 (빽빽한 글자 때문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합격하려면 이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겠구나 하는 감은 왔다.
듣기는 최근 애니메이션을 좀 본 덕인지 그나마 나았다. 그렇다고 확실히 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학생 때 애매하게 덕질을 할 게 아니었는데. 역시 나처럼 이것저것 맛보기에서 끝내는 사람은 실속이 없다. 노는 것도 푹 빠져서 해야 한다.
오랜만에 몸이 떨릴 정도로 추운 에어컨 바람 아래서 OMR 카드에 마킹을 하고 있으려니 그 시절 생각도 나고 나름 재미있었다. 막대기 세워서 찍는 경험도 추억이다. 당연히 합격은 못 할 것이지만 점수는 궁금하다.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복 Alignment Chart (0) | 2023.08.19 |
---|---|
후각상실 (0) | 2023.07.29 |
오마카세는 허세인가 (0) | 2023.07.22 |
술, 재즈, 술 (0) | 2023.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