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6.
슬슬 오마카세를 먹고 싶은 시기가 찾아왔다. 이번엔 식사 말고 예전에 저장해 둔 디저트 오마카세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J형이 이런 거 좋아할 것 같아 “이제 더 늙으면 이런 거 소화 못 시킨다”며 불러냈다.
역시 오마카세의 매력 중 하나는 재료의 색다른 조합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니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아는 맛이다. 그래서 이런 식도락—고급 재료를 써 만든 음식과 기존에 먹던 음식을 비교한다거나, 전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맛본다거나—은 무던한 삶에 좋은 자극이 된다.
요새 해외여행이나 오마카세 등의 문화가 허세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어떤 현상의 원인이 뭐라고 그런 식으로 납작하게 단정 짓는 것엔 조심스럽다.
세상 일이 늘 그렇듯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애초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세일까? 돈이 없으면서 사치를 즐기는 건 허세일까?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건 허세일까? 우리는 그 사람의 모든 상황을 알 능력이 없기 때문에 드러난 일면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 경우 허세라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비싼 문화”를 남들이 즐기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들 때 주로 사용되는 듯하다. 취좆하지 말고 남의 취미를 존중해 주자—라는 것이 내 의견이다.
누가 허세라고 욕해도 알 게 뭐람. 우리는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되고 그만큼의 즐거움을 얻는데.
디저트 사진을 빠르게 보정해 공유하고 본가에서 가져온 『Factory In Nuol』 CD를 리핑했다. 4CD로 구성된 베스트 앨범이다. 구입한 지 무려 15년이 넘어서야 들어봤는데 예전에 즐겨 들었던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지금 들어도 좋았다.
집 앞 암장은 일요일에도 사람이 많았다. 양재점으로 가 봤다. 넓다 보니 좀더 여유있게 탈 수 있었다. 초록 난이도는 이제 어려운 것도 두세 번 시도하면 완등할 수 있었다. 파랑 난이도도 조금 시도해 봤는데 기술도 기술이지만 힘이 필요한 문제가 많아 보였다. 어찌저찌 두 개를 성공시켰지만 팔뚝이 엄청나게 빵빵해졌고 덜덜 떨렸다. 조금 욕심부린 것 같다. 18시가 좀 넘으니 손에 힘이 풀려 문제를 못 풀 정도가 되어 접었다.
읽어야 할 책이 많지만 하나도 못 봤다. 그래도 많은 걸 한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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