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처음으로 봤던 건담

juo 2023. 7. 11. 01:18

2023. 7. 2.

일요일 저녁마다 챙겨봤던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의 최종회가 방영되었다.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챙겨봤던 적은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데, 워낙 자극적인 전개 탓에 끝나고 커뮤니티를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건담 올드팬이면 웃을 수 있는 밈도 한가득이고.

하지만 역시 벌려놓은 것들이 많아 2쿨로 깔끔하게 완결될 스토리는 아니어서 마무리가 많이 어설펐다. 앞부분이 재밌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작품이 망작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을 보고 있자니 내가 처음으로 봤던 건담 시리즈인 『기동전사 건담 SEED』가 생각났다. 모두가 망작이라고 욕하는 건담 시드지만 나름 재밌게 봤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집에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을 설치했다. 설치해 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두 분 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집에 둘이서만 있던 우리 남매를 생각해 들여놓으신 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공중파 몇 개 채널만 볼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더 다양한 만화를 접할 수 있었다. 매일 틀어놓았던 스펀지밥, 멘트를 외울 정도로 봤던 매직 블럭 플러스 광고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본 애니를 봤는데 그중 하나가 건담 시드였다.

지금은 좀 부담스럽지만 당시 기준으로 미려했던 그림체, 멋진 메카 디자인, TMR과 SeeSaw의 OST가 좋았다. 노래는 얼마나 많이 따라불렀는지 20년 전에 들은 곡이지만 아직도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완성도 등은 잘 모르겠고, 그냥 생각 없이 하루하루 보는 게 재밌었다.

중학교 시절은 이래저래 고통스러웠지만 그 때문인지 이 때 접한 작품이나 곡은 기억에 유난히 잘 남아 있다. 부모님은 밤 늦게, 가끔은 우리가 잠자리에 들고 나서야 들어오시고 하교 후엔 하루종일 컴퓨터를 하다 동생과 TV로 만화를 보던 나날들. 착실히 인생을 낭비했다 볼 수도 있겠지만 이 기억들 또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건담 시드라는 작품을 회상할 때면 그런 기억이 같이 떠오르고 그게 이 작품이 내게 특별한 이유다.

 

지금 보는 작품들도 먼 미래에 회상했을 때 2023년의 나를 추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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