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3. 일기
코로나로 고생한 지 3일 차. 어제는 가벼운 두통 때문인지 원래 있는 수면장애 탓에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침 6시에야 잠이 들었다. 13시 가까이 되어 3분 짜장밥으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짜장에서도 신 김치에서도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땅히 느껴질 거라 예상되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무척 신기한 느낌이다. 그래도 미각은 잃지 않은 듯했다. 회복되려면 몇 주 이상은 걸린다는데 그동안 또 무슨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먹고 있던 짜장밥은 맛이 없진 않았지만 향이 없으니 뭔가 부족했다.
우선 오마카세나 새로운 맛집 탐방은 전면 중지다.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없을 게 뻔하니까. 하지만 그동안 등한시했던 싸면서 애매한 맛의 음식점은 찾아갈 만한 것 같다. 이런 곳은 간이 강한 경우가 많으니까. 양식돈까스 정도면 맛있으려나?
Y님은 분은 평소 비린내때문에 먹지 못했던 회를 많이 드셨다는데 난 비린내에는 강하다. 그럼 더욱 냄새가 강력한 홍어를 이 상태로 먹으면 어떻게 될까? G가 홍어 얘길 가끔 했는데 한 번 먹으러 가 봐야겠다. 궁금해져서 집에 있던 와사비 두 종류를 먹어 봤는데 코가 찡한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친김에 집에 있는 향이 강한 이런저런 식재료의 냄새를 맡아봤다. 위스키에선 어제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달콤한 향 대신 에탄올의 톡 쏘는 냄새만 희미하게 느껴졌다. 후각이 돌아올 때까지 술을 끊을 기회일까? 아니 그래도 탄산수에 가까운 한국맥주나 맛이 단 막걸리 정도는 맛봐도 될 것 같다.
방에서 게임만 하려니 심심했다. SNS에서 보드게임 『광기의 저택』을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만난 김에 오랜만에 확장판 피규어를 꺼내 도색했다. 평소에 미뤄놓고 안 하던 일을 하게 되니 아픈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본 여행을 갈 때까지 후각이 돌아오지 않으면 맛집을 가도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갑자기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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