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7.
어제 늦게 잔 데다 몸이 좋지 않아 하루 휴가를 썼다. 12시까지 침대에서 누워 있으면서 끊임없이 울리는 회사 메신저 알림에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상태가 좀 나아졌다.
비척비척 거실로 나가니 싱크대엔 어제의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었다. 고무장갑도 사야 하고 밥도 차려먹기 귀찮아서 카페에서 먹기로 했다. 이왕 쉬는 김에 책도 좀 읽고.
휴가를 한두 번 쓰는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일해야 하는 날에 일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 회사 일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나 보다.
버터가 가득 들어간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에이드와 먹으며 책을 읽고 있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매일을 이렇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공연을 많이 다니면서 자신의 재능을 반짝반짝하게 갈고 닦아 다른 사람들에게 그 빛을 나눠주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분들은 몸이 따라주는 한 언제까지고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나는 일개 직장인으로서 딱히 하고 싶지는 않은 일을 큰 보람 없이 묵묵히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간 실직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항상 하고 있다. 적어도 월급은 적당히 받고 있으니 그냥 과소비하지 않으며 저축이나 해 놓을 뿐이다.
최근 본 작품이 『삼체』 시리즈와 『세브란스: 단절』이라 그런지 이런 생각이 든다. 이대로 그저 그런 일만 반복하다 결국엔 잘리고 연금 받아 근근이 살다 우주의 먼지가 되는 걸까.
좋아하는 일을 다시 찾을까? 하는 일을 그만두고 이제 와서 새로운 일을 잘 할 자신이 없다. 아니 그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기나 할까. 지금 좋아보이는 일도 그저 남이 하고 있기 때문에 좋아보이는 게 아닐까?
사람이란 게 으레 생각이 많으면 자연히 우울해지게 마련인 것 같다.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B&W 스피커 수리를 위한 여정 (0) | 2024.06.30 |
---|---|
다시 만난 닌텐도 DS (0) | 2024.06.16 |
벚꽃 라이딩 (0) | 2024.04.14 |
어른의 악몽 (0) | 2024.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