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맛없는 페퍼로니 피자

juo 2024. 9. 1. 00:35

2024. 8. 31.

오전에는 H네 외할머니 장례식에 가 운구를 도와주고, 본가에서 낮잠을 자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본가에 머물고 있던 동생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역까지 태워다 줬다. 차 대시보드에 아빠 명함이 놓여 있길래 내 명함도 슬쩍 놓았다. 감사의 인사는 안 해도 된다.

샤워를 하다가 발뒤꿈치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오랜만에 구두를 신으면 꼭 이 모양이다.

최근 술을 좀 자주 마시는 것 같지만 모처럼 주말이니 한 잔 하기로 했다. 집 근처 혼술집은 최근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는 바람에 너무 많이 가서 이번주에도 가기가 좀 민망했다. 남자들은 음식점 주인이 자기를 알아보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난 좋아하는 편이지만 무슨 기분인지는 이제 좀 알 것 같다.

자주 가지는 않았던, 하지만 내심 높은 평가를 하고 있던 맥주집으로 갔다. 올 때마다 그랬듯 입구쪽 바 테이블에는 사장님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이 떠들고 있고, 몇 자리 건너 맥북을 펼치고 있는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그사이에 자리를 차지하긴 좀 뭐해서 텅 빈 안쪽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적당히 맥주를 고르고 안주로 뭘 시킬까 고민하다 페퍼로니 피자를 주문해 봤다. 얼마 후 치즈에 페퍼로니가 토핑 된 심플한 피자가 나왔다.

손으로 피자를 들자 아직 따뜻한 치즈가 축 늘어져 앞 1/3부분은 떨어져 나갔다. 피자 나이프가 없어 먹기가 좀 불편한 모양새다.

페퍼로니는 냉동된 걸 바로 쓴 건지 불유쾌한 냄새가 조금 났다. 빈말로도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요리를 직접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평소에 주문했던 안주도 3.5/5점 정도로 그리 맛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건 2/5점 이하다.

그래도 이곳은 매번 바뀌는 다양한 수입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이 메리트니까, 핫소스를 듬뿍 뿌려 먹으면 페퍼로니의 향도 가려지고. 맛있는 맥주 한 잔만 더 마시면 좋을 것 같아 진열장에 다가가 맥주를 살펴보았다. 예전에 독일 여행에서 마셨던 라우흐비어가 있어 반가웠다.

추천을 받아볼까 해서 바 테이블 쪽을 보니 사장님과 친구분들이 즐겁게 떠들고 계셨다. 피곤해서 그런지 피자가 맛이 없는 탓인지 왠지 사장님을 부를 의욕이 떨어졌다. 그냥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반쯤 남긴 피자를 뒤로하고 계산 후 가게를 떠났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술집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모로 실망했다. 역시 늘 가던 곳을 갔어야 했을까. 횟집에서 소라라도 포장해 집에서 마실까 했지만 그냥 돌아왔다.

고작 피자 때문에 의기소침해지다니, 몸이 피곤하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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