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배달 음식에 대한 기억

juo 2024. 8. 11. 22:40

SNS에서 “엄마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은 카레를 해 놓는다”라는 글을 봤다. 난 카레에 대해 그런 이미지는 없지만 부모님이 자주 늦게 들어오셨던 것은 기억난다.

예전부터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셨고 많이 바쁘셔서 늦게까지 안 들어오실 때가 많았다. 어머니는 전업 주부시지만 아버지 회사 일을 돕느라 역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다.

요새는 학원이 거의 탁아소 대용이라지만, 내가 중학생이었던 땐 (그리고 교육열이 서울에 비해 낮았던 인천에선) 그런 분위기가 없었다. 따라서 하교 후 내 일과는 친구들과 잠시 놀다 들어와 (아마) 숙제를 하고 하루종일 컴퓨터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부모님은 아예 거실 서랍에 돈을 잔뜩 넣어놓고 늦게 들어올 때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라고 하셨고, 동생과 나는 매번 집에 있는 배달 책자를 보고 저녁 메뉴를 골랐다.

요샌 정말 온갖 것들이 배달되지만 그땐 배달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적이었다. 그중 기억이 나는 곳이 딱 둘 있다.

우선 배터지는 생동까스는 아직도 있는 체인점이다. 난 여러 메뉴가 조금씩 나오는 세트 메뉴를 좋아했다. 돈가스에는 쫄면이 나와야 한다는 인식은 이때부터 생겼다.

또 하나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양식집. 비싸서 자주는 안 시켰지만 달달한 폭립과 새우감자말이, 마카로니 등이 나오는 메뉴가 맛있었다.

다회용 그릇에 휴지, 포크와 나이프까지 랩에 돌돌 싸여 같이 오는 시대였다. 다 먹고 헹궈 밖에 내놓으면 배달 기사님이 다시 와서 수거해 가셨는데. 요샌 한 번 시켜 먹으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나와 거부감이 든다.

그렇게 밥을 먹고 정리가 끝나면 거실에서 동생과 늦게까지 스카이라이프 채널에서 상영하는 애니메이션(그리고 끊없이 나오는 매직 블럭 플러스 광고)을 보다 자고 부모님이 퇴근하시면 잠깐 깼던, 그런 하루하루를 회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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