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실치회 먹으러 간 당진 장고항, 왜목마을

juo 2014. 4. 14. 01:09


실처럼 가느다란 물고기 실치는 3월 말부터 4월까지 회로 먹고 그 이후엔 뼈가 씹히거나 해서 뱅어포 등에 쓰인다고 한다. 새로운 음식 맛보기 좋아하는 나는 겸사겸사 부모님과 가족 여행을 떠났다. 곧 시험이지만 어쨌든 휴일은 휴일이니까.


내려가는 길은 그리 막히지 않았다. 항구도 한산했고 이따금 가족, 친척끼리 또는 어르신들 모임으로 온 분들이 왕왕 보였다.


음식점도 있고 끝에는 회 센터도 있었다. 아무 음식점이나 맛은 비슷할 테니 적당히 들어갔다. 양은 아주 푸짐했는데 갓 잡혀온 실치 맛 보라고 추가로 조금 더 주셨다. 성질이 급해서 잡히자마자 5분쯤 되면 죽어버린다고 한다. 밴댕이 못지않는 소갈딱지를 가진 놈이다.



맛은 무미(無味)에 가깝다. 입안에 새콤한 야채무침과 같이 넣고 씹다 보면 금새 목으로 후루룩 넘어간다. 아래는 소라 한 접시다. 갓 삶아 따뜻했고 쓴 맛도 퍽퍽한 맛도 별로 없다. 원래 소라를 좋아하지만 여기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자 '이젠 외계음식도 드시나' 라는 반응이 왔다. 외계인 뇌 요리라고 해 두었다.


민박을 잡고 어두워진 항구를 한 바퀴 돌며 배가 꺼지길 기다렸다. 주인 아주머니께 주위에 볼 게 없냐고 묻자 아무것도 없다고 그냥 한 바퀴 돌다 오시라고 시원시원하게 말씀하셨다. 회 센터 옆에서 꼬마가 터트리는 폭죽을 멍하니 구경한 후 다시 음식점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매운탕과 실치전을 하나 주문해 보았다. 실치가 많이 들어가긴 한 것 같은데 무미라서 별 거 없었고, 오히려 전이 퍽퍽해져서 좋지 않았다. 매운탕은 평범하게 맛있었고 술잔은 계속 비어갔다.



다음날엔 옆에 있는 왜목마을을 갔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일출을 본 곳이라고 한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로 기억하는데, 아마 우리 가족 전부 그 때 처음 봤을 거다. 난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호텔 비스무리한 것도 생기고 많이 변하긴 한 것 같다. 그나저나 해뜨고 지는 왜목마을이라니, 저렇게 써 놓으니 해가 동쪽에서 떠서 동쪽에서 지는 것 같잖아.



이제 막 낚시를 시작한 낚시꾼들 옆으로 배 몇 척이 보였다. 부두에 세워놓은 선상에서 회를 썰어준다. 또 술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낮부터 자리깔고 앉아 놀래미와 개불, 소주를 시켰다. 개불은 원래 2만 원어치씩 파는데 배가 부르다 보니 만 원어치만 달라고 부탁했다.


오늘도 바닷바람에 술이 물처럼 넘어갔다. 옆자리의 가족 분들도 회가 썰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병 더'를 찾고 계셨다.



난 언제부터 저 개X같이 생긴 생물을 거부감 없이 먹기 시작했을까. 사실 횟집 수족관에서 팽그르르 돌며 헤엄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도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독오독 씹히고 약간 단 맛도 나는, 맛들리면 훌륭한 단백질원이 따로 없다. 아직 어려서인가 멍게나 해삼의 맛은 잘 모르겠다. 나이가 차면 자연스레 알게 될까.



가족들과 나오는 것도 간만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이만큼 쌓였지만 이왕 이렇게 놀러 나올 때는 모두 내버려두고 걱정 없이 즐긴다. 돈 걱정 하지 말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마음껏 먹는다.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삶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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