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첫 회사, 3년차

juo 2021. 12. 13. 00:14

2017. 9. 16.

입사 동기들이 하는 일, 일하는 사람들, 연봉에 불만을 느끼고 하나둘 다른 곳으로 이직할 때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다른 팀과는 다르게 개발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도메인 지식을 계속 쌓는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일이 한가할 때는 일찍 퇴근해서 취미생활이나 개인 공부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운좋게 팀 문화와 분위기도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입사 동기들이 하는 일, 일하는 사람들, 연봉에 불만을 느끼고 하나둘 다른 곳으로 이직할 때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다른 팀과는 다르게 개발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도메인 지식을 계속 쌓는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일이 한가할 때는 일찍 퇴근해서 취미생활이나 개인 공부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운좋게 팀 문화와 분위기도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그만큼 성과도 좋았다면 좋았겠지만 우리 기업에서 내놓은 제품은 항상 뭔가 문제가 있었고 잘 팔리지 않았다. 직원들이 반강제로 자사 제품을 구입해 쓰고는 있지만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내가 사용하게 된 제품 특히 문제가 많기로 유명한 망작이라 항상 고통받고 있다. 그래도 점점 더 좋아질 거야, 그렇게 낙관적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오늘은 얼마 전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 입사 동기 중 한 명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분도 이직을 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이곳에 계속 있어도 될지에 대해 여러모로 알아봤다고 한다. 난 옛날부터 당장 내 눈 앞에 놓인 일만 볼 줄 알았지 주위 상황에 대해서는 무지했으므로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남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편이다.

자기 회사 제품이 망하길 바라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나와 같이 일하던 선배 동료들 역시 이번 제품의 샘플을 받아들고 한숨쉬면서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개선을 위해 열심히 연구와 개발을 해 왔다. 하지만 임원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그들은 자기가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아있을 *때까지만* 잘 팔리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 때가 지나면 계약이 만료되어 은퇴 후 인생을 즐기거나 할 것이고 이후 무슨 문제가 발생하든 알 게 뭐야, 이번 제품은 그런 배경으로 개발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기업에서도 꽤 흔한 일 같다.

집에 걸어오면서 생각을 해 봤다. 그간 특별히 애사심을 갖고 일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 나니 여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느낌이라 그냥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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