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3.
대학교 입학 전 친구들과 놀러온 이후로 처음으로 해남에 왔다. 제사 겸 사촌의 결혼식이 있다길래 간만에 한 번 와 보고 싶어서 주말을 반납하고 따라왔다. 친척들도 정말 오랜만에 만난다. 이렇게 오랜만에 봤는데도 외가 쪽 분들은 자주 봐 와서 친가 친척들보다 얼굴이 익숙하다.
오자마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제삿상 앞에서 절을 올렸다. 외가는 한번에 모여서 절을 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도착하는 순서대로 각각 한다고 한다. 이렇게 절을 올리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조부모들은 모두 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돌아가셔서인지 죄송스럽지만 영정사진을 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렸을 적 해남에 왔을 때 마루에 앉아계시다 내가 인사하자 눈을 끔뻑거리시던 고조할아버지가 더 기억에 남는다.
낮부터 술을 마시는데 계속 모르는 분들이 들어오셔서 술을 얻어먹고 가신다. 내가 모르는 외가 친척들인가 했는데 동네 분들이라고 한다. 심지어 엄마도 알아본다. 나도 자식이라고 오실 때마다 계속 같이 인사를 드렸다. 시골은 도시랑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한 동네에서 같은 사람들이랑 평생을 지내고, 그 사람의 자식이 또 자식을 낳는 것을 보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술을 마시다 보니 동네, 해질녘 바다 구경은 아쉽게도 제대로 못 했다. 기회가 더 있을 줄 알았다.
사촌동생은 어렸을 때 몇 번 놀았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봐서인지 내게 존댓말을 한다. 나도 친척 누나들 보면 반말을 해야 할지 존댓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어색해서 말을 놓아달라고 했다. 이 나이 먹고도 존댓말 듣는 것은 어색하다.
집이 양옥으로 바뀌고 편의점이 생기고 해수욕장에 놀이터가 생기고 펜션이 조금 들어오긴 했지만 이곳은 어렸을 적 그대로다.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대인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 (0) | 2021.12.13 |
---|---|
앞으로 하게 될 김장의 횟수 (0) | 2021.12.13 |
기억들에 대한 기억 (0) | 2021.12.13 |
첫 회사, 3년차 (0) | 2021.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