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3.
김장을 도우러 휴가를 썼다. 본가로 가기 전 늦잠으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청소와 빨래를 끝내놓았다. 점심은 시들어가는 상추를 소비하기 위해 비빔국수를 해 먹었는데, 초장과 연두, 참기름을 대충 조합한 소스가 생각보다 맛있게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양파만 물에 담궈서 매운맛을 뺄 걸 그랬다. 본가에 도착하자 오후 3시쯤 되었다.
엄마께 작년 김치가 쓰고 맛이 없다고 했더니 동생도 똑같이 말했다고 한다. 김장이 힘이 드는 일이라 재작년부터는 친구분들과 같이 했는데, 배추가 너무 절여진 것 같기도 하다고. 그래서 올해는 직접 담그는 거라고 한다.
김치 속을 넣고 있는데 정수기 필터 점검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와서 아들이 여자보다 잘 넣는다고 말씀하신다. 옛날부터 김장할 때 종종 따라하곤 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잘 넣는 건지에 대한 기준을 모르겠다. 옛날에도 고등학생 때 글짓기를 잘 한다고 칭찬을 받은 적이 있지만 대체 어떤 점에서 잘 한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다음 글쓰기는 썩 신통치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피드백을 할 때는 이유도 설명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김장을 할 날이 앞으로 몇 번 안 남았으니 별 소용은 없을 것이다. 엄마도 허리가 더 아파지면 김장을 안 할 거고, 그 때는 나도 이 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기회가 되는 한 같이 김장을 하고 저녁에는 수육을 먹을 것이다. 우리 집 김치는 최고로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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