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핸드폰은 어느새 번호로 변한 기억들의 무덤"

juo 2021. 12. 18. 02:28

2021. 12. 17.

(제목은 이루펀트의 곡 『이사하는 날』 중)

이따금씩 카톡방 목록을 스크롤하면서 오래된 임시 단톡방과 볼일이 끝난 개인톡을 지워 나간다. 그러고 나면 고정 멤버들이 있는 방이 주로 남는다. 동아리 동기들, 직장 동기들, 스터디그룹, 초중고 친구들 등.

개중엔 몇 달 전부터 새 대화가 없는 방도 많다. 이 사람들과 기회될 때마다 다같이 놀러다닐 때도 있었는데 하고 옛날 생각을 해 본다. 꼭 코로나때문이 아니더라도 그전부터 자연스레 다같이 만나는 일이 점점 줄고 있었다.

나이가 들며 하나둘씩 애인을 만들고 결혼을 하면서 친구보다는 연애와 가정에 집중한다. 그렇게 대화에 참여하는 빈도가 줄고 결국 나도 혼자 많이 말하기는 뭐하니 대화를 올리지 않게 된다.

흔히들 비혼주의자도 놀아줄 친구들이 사라지면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고 그런다.

하지만 나는 제멋대로인 생활 패턴, 다양한 취미 생활과 그에 따른 소비,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잠자리 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다. 로맨스에 대한 욕구도 없다—오히려 싫어하는 편이다. 이런 사람이 누군가를 사귀고 결혼한다는 건 상대에 대한 실례라고 본다. 그래서 항상 거절해 왔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할 만큼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언젠가는 나만 혼자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