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6.
카우보이 비밥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지 10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감상을 완료했다. 워낙 좋은 평가가 많아서 각 잡고 보려 했는데 옴니버스 구성에 가까워 생각보다 가볍게 볼 수 있었다. 술 좀 마시면서 본 날은 더 재밌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하드 럭 우먼』이다. 상실을 표현하는 방법이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는 기억을 찾았으나 돌아갈 곳은 이미 없다는 것을 알고 옛 집터 땅에 (아마 침대가 있었을 위치에) 사각형을 그리고 눕는다. 제트와 스파이크는 동료가 떠났다는 것을 알고 말없이 계란을 먹는다. 떠난 동료를 위해 차려놓은 몫까지도.
울거나 분노하거나 하는 1차원적인 표현이었다면 아무것도 아닌 에피소드로 남았을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 전체적으로 이런 왠지 모를 쓸쓸함이 은은하게 깔려있는 것 같다. 여러 번 돌려보면 좀더 와닿는 부분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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