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31.
특별한 일은 없지만 2021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해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 키보드를 잡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보통 모임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초등학생 친구들이 아직 근처에 사는 고로 모이는 데 큰 부담이 없어 보통 10명 전부 참석하곤 했다. 그리고 약간 어두운 가게 안에서 테이블을 두세 개 붙여 앉아 내가 요리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갓 따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기는 거다. 정각이 되면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건배 후 다른 지인들과 안부 메시지를 주고받고.
코로나 전까지도 이런 풍경이 당연했는데 모든 인원이 모이지 못하게 된 지 벌써 3년이다. 종종 소규모로는 얼굴을 보지만 친한 친구들과 함께라면 역시 떠들석한 것이 좋다. 오랜만에 모두 모이는 꿈을 꾼 적이 있을 정도로. 하지만 올해는 두 명이서 조금은 쓸쓸하게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몇 년 사이 삶은 많이 바뀌었다. 나는 서울로 올라와 자취방을 마련했고, 몇몇 친구는 애인을 사귀거나, 결혼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 집을 마련해 나왔다. 더 시간이 가면 모두 모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특히 나이가 들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느껴진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지만 주위 사람의 건강 문제를 하나둘 알게 되면서 더더욱. 간수치가 높아지거나 체력이 모자라 새벽에 같이 깨있지 못하는 친구들. 아버지는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와 술을 줄이셨고 어머니는 허리디스크가 재발했다. 친구 부모님도 근육이 약해져서인지 넘어져 다치셨다는 일이 종종 들린다.
독립하기 전에는 가족끼리 자주 거실에서 음식과 술을 즐겼는데 이젠 가끔 본가에 가도 부모님은 일찍 주무시러 들어가고 동생은 보통 집 밖에서 놀고 있다 보니 나 혼자 맥주를 마시게 된다. 당연했던 것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1년 전에 비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매년 조금씩 나아지기는 한 것 같지만 항상 하고 싶었던 것의 반 이상은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약간 우울하다. 인생은 짧고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고 나는 조급하지만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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