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동인천 밤바다를 보면서 차 안에서 술과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는 파티

juo 2022. 1. 10. 01:42

2021. 1. 8.

J가 단톡방에 “영화를 보다가 자려는데 영화 셋 중에 하나를 골라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뭐 벌써 자”라고 말했고 J는 “놀아줘 그럼”이라고 답변했다. 생각없이 “동인천 밤바다나 보러갈까”라고 했는데, 그렇게 마침 심심해 보이던 Y까지 꼬셔서 얼렁뚱땅 ‘동인천 밤바다를 보면서 차 안에서 술과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는 파티’가 빠르게 결성되었다.

다른 둘은 임자 있는 몸이라 나올 상황이 안 되는 건지 답장이 없다. 예전에는 이런 모임이 있으면 모두의 일정을 조율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 나도 일일이 따로 물어보고 응답을 기다리는 것에 지쳤다. 그냥 언젠가부터 이 둘은 그냥 자주 못 보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말이 없으면 못 오겠거니 한다. 슬프지만 그들의 인생이 있는 거겠지.

과자, 음료, 맥주, 그리고 마침 낮에 사 놓은 도지마 롤을 챙겨서 J의 차에 탔다. Y는 보드카와 위스키, 만두, 컵라면을 챙겼다. 아무튼 이번 모임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겠다. 토요일 밤이라선지 아직 유원지는 놀이기구의 조명으로 번쩍번쩍했으나 한산했다.

거리에 차를 대 놓고 부둣가로 가서 술과 컵라면, 만두를 먹었다. 바닷바람으로 추운 와중 따뜻한 국물과 독한 술이 들어가니 이것이 밤낚시의 즐거움 중 하나일까 싶다. 낚시는 안 하지만.

저쪽에서 폭죽이 신나게 터지길래 우리도 하나씩 샀다. 한 발 한 발이 발사되면서 손에 느껴지는 반발력과 소리가 기분좋았다. 하지만 모두 터지고 정적이 찾아오니 약간 허무하다. 신년들어 처음 보는 것이고 하니 각자 올해 뭘 할지에 대해 간단히 얘기했다.

영화를 보기 전 바닷가를 따라 좀 걷기로 했다. 버스킹하는 사람이 보인다. 노점상에서 탕후루, 회오리감자, 꼬치, 번데기 등의 간식을 팔고 있었다. 배만 안 불렀어도 이것저것 샀을 거다. 노점 음식이 위생상 좋지 않다지만 노점 음식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은 확실히 있다.

코인 야구장이 있길래 들어가서 한 번 쳐 봤다. 나는 야구를 포함한 모든 구기종목을 좋아하지 않아서 예전에는 친구들이 하는 동안 나는 구경만 했는데 요새는 같이 쳐 본다. 손바닥에 충격과 함께 깡 소리가 나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걸 치고 있는 건지, 공이 잘 맞을 때마다 신기하다.

차로 돌아와 아이패드를 대쉬보드에 올려놓고 블루투스 오디오를 연결했다. 앞유리에는 가로등 빛을 차단하기 위해 돗자리를 덮어 놨다. 맥주와 과자까지 꺼내 놓고 『정글 크루즈』를 재생했다. 생각 없이 가볍게 보기에 좋은, 이런 자리에 딱 적합한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J도 올해 결혼할 예정이라고 한다. 본인은 우리들과 이렇게 노는 것이 즐겁다지만 현실적으로 같이 모이기는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아직까지도 모이자는 말에 응답이 없는 두 명과 비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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