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7.
11월쯤 되면 거리와 가게에 빛나는 장식이 하나둘 생긴다. 순수하게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려는 것인지 손님 유치를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어렸을 때와 다르게 선물을 주는 사람도 없지만 그 시절의 관성 같은 것인지 아직 내게 겨울과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시기이다.
들뜬 기분도 들지만 동시에 왠지 쓸쓸하기도 하다.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을 하셔서 집에서 BMS 리듬 게임으로 캐롤 메들리를 치다 잤던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 뮤직박스의 멜로디가 기억난다.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 트리가 낡아서 버리기 전까지는 매년 집에서 트리를 장식했다. 한번은 선물 상자나 양말 모양 트리 장식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해서 죄다 뜯어봤는데 안에는 선물은 없고 하얀 스티로폼 뿐이었다. 알록달록 여러 색으로 빛나고 끝이 점차 좁아지다가 동그랗게 맺힌 부분이 있는 전구도 있었다. 전원 코드를 꽂다가 살짝 갑전이 된 적이 있다.
그러다 2020년 말에 충동적으로 책상용 트리를 하나 사서 사무실에 가져다 놓았다. 점심 시간 사무실 불이 꺼졌을 때 은은하게 노란색으로 빛나던 전구 빛이 정겨웠다. 지금은 재택 근무 중이라 사무실 대신 집 책상에 올려놓았다.
거리엔 아직 장식이 그대로 있지만 새해가 되면 왠지 요란한 트리장식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똑같은 겨울이지만 1월은 12월과 다르게 밝은 햇살 아래 눈이 얇게 쌓인 고즈넉한 휴일 풍경이 생각난다. 아쉬워서 좀 더 둘까 하다 작년의 일들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결국 오늘 창고로 집어넣었다.
앞으로도 겨울이 될 때마다 꼬박꼬박 트리를 꺼낼 것이다.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의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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