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0.
학생 시절을 생각해 보면 루빅스 큐브를 가지고 노는 친구가 주변에 하나쯤 있었던 것도 같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커먼 플라스틱에 헤진 스티커가 붙어 있는 싸구려 큐브를 적어도 한두 번 만져본 적은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머리를 쓰는 놀이는 영 싫어했기 때문에 별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 계기 없이 루빅스 큐브를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년 이상 실제로 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스피드 큐빙까지는 안 하더라도 원래대로 돌려놓는 법 정도는 알아놓으면 나쁠 것 없지 않을까? 마침 동생에게 요구할 생일 선물을 생각하던 중이었고, 꽤 유명한 브랜드에서 나온 GAN 큐브를 사 달라고 했다. 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중저가형으로 골랐다.
그 후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으로 은거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일이나 게임같이 장시간의 집중력을 요하는 활동은 무리였고(그래도 안 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누워서 트위터 타임라인이나 새로고침하면서 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반갑게도 마침 큐브가 배송되어 왔다. 인터넷에서 초보자용 가이드를 찾아봤다. 사이트별로 조금씩 소개하는 공식이 달라서 제일 외우기 쉬워 보이는 것들을 조합해 적어놓고 따라했다. 몇 번 하니까 처음 몇 단계 정도는 더듬거리면서 혼자 맞출 수 있게 되었고 3일째가 되는 오늘은 드디어 노트를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맞추는 데 성공했다. 아직 종종 실수를 해서 꼬일 때가 있지만 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니 재밌고 시간도 잘 간다. 생각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도 않아 아픈 와중에도 즐기기 좋았다. 책상 앞에 놓인 큐브를 집어들기만 하면 빠르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또한 돌리는 맛이 있어 요새 유행하는 피젯 토이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아니 피젯 토이에 비해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훨씬 훌륭하다.
한 번 방법을 알고 나니 이번엔 좀 더 적은 과정을 거쳐 맞추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시간이 빌 때마다 새로운 공식을 하나씩 익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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