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란 매일같이 사람을 만나는 사람에게나 걸리는 줄 알았다. 초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이것은 확진부터 격리 해제까지의 기록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와 재택 근무로 이틀을 보내자 금방 주말이 찾아왔다. 친구가 잠깐 찾아와 놀다 간 날 새벽부터 목이 붓고 열과 기 침, 콧물이 나기 시작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요새 매일 늦게 일을 끝내고 새벽 2시까지 게임을 하느라 몸살이 왔나 싶었지만 기침과 콧물 증세를 보니 이건 확실하구나 싶었다.
일요일이라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를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야 했다. 잠실경기장 진료소에 도착하자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선 줄이 보였다. 주말이라 사람이 몰린 건지 모르겠지만 한창 때의 놀이공원이 생각나는 광경이었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미감염자도 여기 서 있으면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증상이 있는데도 PCR검사를 바로 해 주진 않았다. 어렵게 자가키트 검사 줄의 시작 지점을 찾아 섰다.
약 두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바람이 불어 좀 추웠고 덕분에 열은 내린 것 같았다. 간만에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를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방역패스 없이 자가검사 키트만 받아갈 사람은 따로 안내를 해 주길래 따라갔다. 받긴 했는데 주위에 검사할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는 예상한 대로 양성이었다. 따로 안내를 받은 사항이 없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PCR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배가 고파서 레토르트 굴라쉬를 데워 첫 끼를 해결하고 진료소로 되돌아갔다.
두 줄이 그어진 있는 키트를 가지고 가니 구석에 따로 있는 컨테이너로 안내해 줬다. 다행히 사람이 비교적 적었다. 벽 너머 의료진들의 표정에서 이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보이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검사는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회사 사람들과 설에 만난 가족, 친구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고 병가를 이틀 냈다. 예전에 백신 접종 당시 구매한 타이레놀이 있다는 사실을 그 날 밤에서야 떠올리고 비로소 잠다운 잠을 잤다. 꿈에서 확진 안내 문자를 받았다.
다음날 아침 문자 알림 소리에 잠을 깼다. 교통비와 이자 납입 문자 몇 건이었다. 확진 안내 문자는 정오 가까이 되어 도착했다. 집에서 나가지 말고 보건소의 연락을 기다리라고 적혀 있었다. 게임을 할 몸상태는 아니라서 루빅스큐브 맞추는 법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자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자가 검진 키트 결과가 도착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다.
그런데 설 동안 친구와 같이 방문했던 식당과 카페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남은 건 버스나 지하철밖에 없다. 아니면 쓰레기 버리러 나간 잠깐 동안이거나.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 수 없지만 경품 추첨도 당첨된 적이 없고 가챠도 천장을 치면서 이렇게 감염이 되어 버리니 살짝 억울한 마음도 든다.
확진 판정을 받고 4일 후인 11일에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주소와 이름, 동거가족 등 간단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며칠 후 한 번 더 연락이 와서 자가격리 및 치료, 지원금 입금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이미 기침을 제외하면 증상이 모두 없어진 상태여서 별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바뀐 정책으로 인해 PCR검사 없이 자연스레 격리는 해제되었다. 하지만 아직 기침이 나와 며칠 동안은 자발적으로 더 집에 있기로 했다. 사실 격리라고 하지만 예전에도 장 볼 때를 제외하면 거의 외출을 안 해서 쓰레기를 못 버리러 나갔다는 것을 제외하면 불편한 점은 없었다. 요리할 의욕이 나지 않아 배달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는 정도가 차이점일까.
백신 덕분인지 오미크론 변이의 특징인지 후각이나 미각 상실 없이 독감 비슷한 증상으로 끝난 것이 다행이다. 매일 걸려오는 안부 전화가 귀찮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덜 아프긴 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제 아무리 조심을 해도 결국 시간문제일 뿐 어떻게든 한 번은 감염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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