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1.
2022년 2월 18일 P-Type의 앨범 『Hardboiled Café』가 발매되었다. 2021년 12월 24일엔 화나의 앨범 『FANATIIC』이 발매되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장르의 좋아하는 뮤지션이 음반을 내서 조금 행복해졌다.
나이가 들면 새 곡을 찾아듣지 않고 원래 듣던 곡만 계속 듣는다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옛날에는 단체곡이나 피쳐링으로 새로 알게 된 래퍼의 CD도 거부감 없이 구입하곤 했다. 고등학생 때 T, S와 함께 힙플쇼에 간 적이 있는데(이게 내가 간 첫 음악 공연이었다) 대부분이 아는 래퍼라 거의 모든 노래를 신나게 따라부른 기억이 난다. 요새 신인 래퍼는 이름을 알면 다행인 수준이라 공연에 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 언제부턴가 쇼케이스만 찾아가고 있다.
삶이 바빠서 음악을 들을 여유 자체가 사라진 것일까? 아니 떠올려보면 고등학생 때도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넘었으니 새벽이 되어서야 새 음반의 소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음악은 쉬는 시간에 짬을 내거나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들었다. 그러니 여유가 없어서 못 듣는다는 말은 맞지 않다. 그냥 지금은 좀더 보수적이 되었고, 음악이 아니더라도 즐길 게 많아졌을 뿐일 것이다.
그래도 원래 알던 아티스트의 신보 정도는 찾아듣고 있다. 화나의 이번 앨범 『FANATIIC』도 열심히 듣고 따라부르고 있다. 추천할 곡을 꼽아보라면 앨범의 반 정도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곡이 많지만 그중 『광흥창에서』와 『요람기』는 옛날부터 화나와 함께한 팬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광흥창에서』는 The Ugly Junction이라는 지금은 사라진 일종의 공연장에 관한 이야기다. 나도 세네 번 정도 공연을 보러 가 봤는데 처음 찾아갔을 땐 정말 공연장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할 주택가 한가운데 있어서 맞게 찾아가고 있나 싶었다. 한번은 공연 중 『Rhymonic Storm』을 열심히 따라부르다 마이크를 넘겨받아 끝까지 부르기도 했다. 목소리에 자신이 있는 편도 아닌데다 당시 결혼식에 다녀온 후라 양복을 입고 있어서 더 눈에 띌 것 같아 부끄러웠다. 『요람기』는 화나가 힙합을 시작할 때부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곡이다. 그의 앨범을 여태까지 꼬박꼬박 사서 들어온 내겐 감회가 깊다. 곡을 들으며 화나의 행보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내가 랩을 처음 듣기 시작했던 시절 또한 떠올라 같이 추억여행을 하는 듯 했다.
내가 그 공연장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면, 화나의 앨범을 예전부터 듣지 않았다면 이 두 곡이 지금처럼 감명깊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좋은 곡이구나 생각하고 넘어갔겠지. 서로 나눌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행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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