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7.
또 주말이 끝났다. 어제는 J형 집들이 겸 수원남문시장 나들이를 가 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다니다 왔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닌 주말은 아니었다, 평소와 다르게 말이다. 최근 삶이 무채색이 되어가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코로나 이후로 시작된 재택근무는 좋은 점도 많지만 한편으론 일과 일상의 구분을 흐려놓았다. 예전에는 일이 진척되지 않아 늦게 퇴근하더라도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에는 어느 정도라는 게 있었고, 따라서 퇴근 이후에는 일 생각을 접어두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출퇴근이란 개념이 따로 없어 밤늦게까지도 업무용 랩탑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니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야 하는 취미는 평일에 할 생각조차 안 들고 결국 하루를 돌이켜보면 일하다 밥 해 먹고 설거지한 기억밖에 없다.
주말이 와도 어지간하면 밖에 나가지 않는다. 친구들끼리의 모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 끝나면 보자”라는 말은 이젠 “언제 밥 한 번 먹자"와 동의어가 된지 오래다. 모여도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만족스럽게 놀지 못한다. 집 근처 횟집에서 새벽까지 느긋하게 술을 마실 수 있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첫 회사에 입사하고 미국 출장을 길게 몇 번 간 이후 여행에 맛들려 매년 해외여행을 두세 번쯤 갔었는데, 이젠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뿐이다. 새로운 장소에 방문해 새로운 풍경 안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던 때가 그립다.
노래방도 특히 감염에 취약한 밀폐된 시설이라 마음놓고 가기가 망설여진다. 가려면 갈 수는 있지만 아직은 되도록이면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코로나가 끝나는 것이 빠를지 내가 주택을 하나 마련해서 방음부스를 차려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빠를지 모르겠다.
찜질방은 못 간지 몇 년 됐다. 감염 위험도 위험이지만 편하게 늘어져 있으면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쌓인 피로를 풀고 나서 상쾌하게 씻고 나오면 아무 생각 없이 느긋하게 식음료를 먹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본가 근처에 있던 찜질방들이 망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 중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초기 백신 접종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노력한 결과 감염자 수에 비해 사망자 비율은 낮은 편이라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몇 년이 지나야 우리는 예전처럼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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