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6.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 정신이 몽롱해서 오늘은 재충전할 겸 오후 느즈막히 반차를 내고 쉬기로 했다. 그렇지만 갑자기 원하는 시각에 잠을 이룰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피곤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자려고 누우면 거짓말처럼 잠이 달아나는 것이 또 불면증 아니겠는가.
이렇게 된 김에 전부터 사고 싶었던 등산화를 사러 갈까 하고 집을 나섰다가 생각을 바꿔 병원을 들렀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손목이 아프기 시작한 때문이다. 평소에 치과 검진 아니면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어 이럴 때는 어딜 가야 할지 좀 막막하다. 어렸을 때는 소아과에 찾아가면 다 해결해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피코 같은 게임기는 덤이고.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봤다. 힘줄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아팠던 게 처음은 아니지만 항상 다친 이유를 모르겠다. 무거운 것을 들어서인지, 이상한 자세로 자다가 무리가 간 것인지, 엘든링을 하느라 게임패드를 세게 쥔 탓인지. 매번 몸에 이상이 생기는 순간에 둔해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에서야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물리치료를 받았다. 따뜻한 장판 위에 30분가량 누워 있으니 잠이 절로 온다. 낮 동안의 휴식, 이게 물리치료의 진정한 효과가 아닐까. 손목에 도움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낮잠을 잘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내일도 점심에 잠깐 나가서 받기로 했다.
최대한 환부를 안 쓰는 게 중요하다고 하여 손목 고정대를 받아 나왔다. 시간이 늦어져 등산화는 다음에 사기로 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각종 병원과 약국이 보였다. 인천에 살 때는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은 가야 상가에서 병원을 찾을 수 있었지만 강남 한복판인 이곳에선 어디가 아프든 걸어서 10분 거리면 된다. 슬슬 몸이 잘 고장나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을 찾을 일은 되도록 없었으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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