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0.
평소 휴일에 기상하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났다. 어제 직접 매장에서 시착 후 구매한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짊어진 채 집을 나섰다. 원래 오늘은 친구들과 관악산을 오르기로 했지만 K가 날씨도 춥고 하니 낮은 산부터 시작해보는게 어떻냐는 의견을 줘서 급히 우면산으로 바꿨다. 사실 나는 원래 계획대로 관악산을 갔으면 했다. 기온은 5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문제가 없을 것 같았고, 우면산은 옛날에 자주 갔던 소래산과 비슷한 높이라 싱거울 것 같아서다. 하지만 나도 친구들도 등산은 오랜만이라 각자의 체력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다.
사당역에 모여 출발했는데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길이 꽤 멀었다. 이것만으로도 벌써 산을 반쯤 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지루한 풍경의 도로변을 따라 한참 걷다 보니 관음정사로 들어가는 길이 보여 드디어 입구가 나왔구나 했으나, 이 앞엔 등산로가 없다고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거기서 300m를 더 가자 입구와 등산로 안내도가 있었고 사당역 근처에서 시작하는 둘레길이 있었다는걸 그제사 알게 되었다.
이런 적당한 높이의 산이 거의 그렇듯 대부분의 길에 계단이 깔려 있어 재미있는 등산로라고 하긴 힘들었다. 5명이서 수다를 떨며 올라가다 보니 금새 목적지인 소망탑에 도착했다. 앞이 탁 트여 남산, 회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 롯데타워까지 보였다. 비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금 쉬다 남부터미널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하산은 정말 얼마 걸리지 않아 끝까지 내려오니 "우리 이게 등산 끝이야?"라는 말까지 나왔다. 좀더 긴 산행이었으면 정상 근처에서 식사라도 했을 텐데, 아쉬웠다. 올라오는 길에 어르신들이 드시던 컵라면 냄새도 유혹적이었고.
점심 식사는 예술의 전당 근처의 순두부 국밥집인 백년옥으로 갔다. 예전에도 한 번 와서 국밥을 먹어 봤지만 이번엔 두부 제육까지 맛봤다. 등산 후에는 물론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 잔 해야 한다. 사이다를 몇 병 시켜서 건배를 했다. 역시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산을 오른다.
J는 일이 있어 먼저 갔고 근처의 K네로 가서 H가 가져온 간단한 보드게임을 즐겼다. 등산까지는 막 건강 챙기기 시작하려는 아저씨들의 취미 그 자체였는데 갑자기 확 어려진 느낌이다. 어른이 되어서까지 나잇값 못하고 이렇게 보드게임 좋아하는 것들을 보면 정말이지 너희들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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