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3.
어제는 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한 회식이 있었다. 회식이라 해도 화상회의를 켜놓고 각자 음식을 시켜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수다를 떠는 정도다. 내 돈이 아니니까 좀 비싼 회를 주문했는데 너무 기름졌다. 이래서 나는 회가 좀 얇게 썰린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느끼함을 중화시키기 위해 전에 S가 생일선물로 준 박재서 명인의 안동소주를 곁들여 겨우 다 먹어치웠다.
취기가 약간 돌아 조금 졸렸지만 아직 7시라 그대로 자면 새벽 3~4시 정도에 어정쩡한 상태로 잠에서 깰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술을 더 마셔서 혈중 알콜농도를 유지하면 10시 즈음에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당장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장소를 물색하다 평소 궁금했던 근처의 전통주 바에 갔다. 전통주 샘플러에 오뎅탕을 곁들여 먹었다. 평소에 안 먹던 술을 마셔서 좋았으나 오뎅탕은 평범했고 혼자 먹기엔 너무 양이 많았다. 배불러서 탕은 반 정도 남겼으나 술은 마실 수 있었으므로 전통주 칵테일 두 잔을 추가로 마셨다. 예상대로 지출이 꽤 나왔다.
집에 도착하자 슬슬 잠을 자기 적당한 시간이 되었다. 문제는 아직 잠이 오지 않을 뿐더러 취기도 오르지 않았다는 거다. 그대로 잘까도 생각해봤지만 이왕 시작한 실험을 이대로 끝내긴 아까웠다. 조금 남아있던 싼 위스키로 하이볼을 두 잔 만들어 먹어 봤다. 효험은 없었지만 이 이상 늦게 잤다간 내일 일을 못하겠구나 싶어 포기했다. 결국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은 숙취가 밀려왔다. 취기 없는 숙취라니, 쾌락 없는 책임인가 싶어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하루종일 피곤하고 속이 좋지 않았다. 토마토 주스를 좀 사 놓을 것을 싶었으나 나갈 기운도 없었다. 마침 바쁜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고 나서 9시부터 잠을 청해 봤지만 1시가 넘은 지금까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숙취로 고통받기까지 했으니 이 실험은 대실패다. 이 모든 것이 맨날 집에만 있어 비타민 D가 부족한 탓은 아닐까? 영양제를 주문해놓고 다시 눈을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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