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4.
저번 주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이번 어버이날 선물은 임영웅 콘서트 예매로 퉁치자고. 어머니가 한참 빠져 계시는 트로트 가수다. 그전에는 조용필이었는데 요새 활동을 안 하는 모양이다. 표값은 선물 겸 내가 내겠다고 했지만 일단 성공만 하면 돈도 주시겠다고 한다.
그리고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애초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요새 어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가수인데다 나같이 부모님 대신 티케팅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게다가 마이너 아티스트의 티켓만 사 본 나는 처음 경험해 보는 메이저의 벽에 속수무책으로 가로막히고 말았다.
오늘 불법 예매 취소표가 풀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번엔 친구들을 동원했고 나를 포함한 총 7명이 동시에 시도를 했다. 도와준 것은 고맙지만 사실 이들도 경험이 없는데다 내가 꼼꼼히 적어준 숙지사항도 제대로 읽지 않은 모양이라 전혀 전력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나도 결국 성공하지 못해 나을 건 없다만.
아니 실은 성공할 뻔 했다. 중간 등급의 자리 하나를 선택해 결제 페이지까지 갔으나 요새 항상 그렇듯 야근 중이라 회사 컴퓨터로 진행한 게 화근이었다. 바로 팝업 차단을 해제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YES24의 결제 페이지는 이 경우 달리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새로고침을 해야 했다. 그렇게 날아간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
내가 실패한 데는 YES24의 구데기 같은 시스템도 일조했다고 본다. 느꼈던 것을 기억나는 대로 기록해 본다.
-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해당 공연의 예매 페이지가 아닌 사이트 전체를 막아버린다.
- 이 때 대기 화면이 뜨고 새로고침하면 순번이 밀릴 수 있다며 얌전히 기다리라고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 전체 좌석을 한번에 확인할 수 없다. 구역별 남은 좌석 수도 부정확하기 때문에 일일이 눌러 봐야 한다. 그리고 사이트 응답 시간은 사람이 몰리면 끔찍하게 느려진다.
- 좌석 버튼이 너무 작아 클릭하기 어렵다.
- 스마트폰같이 작은 화면에서의 레이아웃 대응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잘못 누르면 화면 확대나 스크롤이 된다.
- 좌석을 선택하고 다음으로 가면 높은 확률로 “다른 사람이 결제 진행 중"이라 실패한다. 선택한 여러 좌석 중 하나라도 이 상태면 모두 놓치는 셈이다. 때문에 연속된 두 자리를 예약해 지인과 함께 관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 다음 화면으로 가는 버튼과 좌석 선택 취소 버튼이 가까이 있다. 기껏 좌석을 선택해 놓고 취소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역시 바로 옆에 위치한 “이전 화면”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 내가 밟은 지뢰: 결제시 팝업 차단으로 실패하면 새로고침 외에는 복구 방법이 없다.
- 앱을 사용하면 좀더 낫지 않을까? 놀랍게도 훨씬 더 나쁘다. 2022년에 이런 앱은 존재해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평가다.
호되게 당한 나는 이제부터 YES24는 ASS24를 부르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심하게 욕을 하는 서비스가 하나 더 있는데, 우리은행/우리카드다.) 전국 투어라 아직 몇 달 후의 인천 콘서트가 남아 있는데 그 때는 반드시 어머니께 빛나는 티켓을 안겨드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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