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휴가

juo 2022. 5. 19. 00:33

2022. 5. 17.

오피스텔 가구 하자 보수 팀이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하지만 방문 시간은 모른다고 해서 쉴 겸 아예 하루 휴가를 냈다. 완공된 지 1년도 넘었는데 이제야 보수를 하러 온다는 점이 불만스러웠지만, 얼마 전 친구가 입주한 아파트는 돈으로 보상해주는 것만도 완공으로부터 9년이 걸렸다고 한다. 대체 건설업계는 뭐가 문제인 걸까.

휴가를 냈어도 왠지 일하는 날과 분위기가 다를 게 없어 별로 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긴 재택 근무 기간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로 일하는 기분이 날 것 같아 책상에 앉아서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인터넷만 했다. 점심엔 밥 짓는 것조차 귀찮아서 오랜만에 라면으로 때웠다. 그때까지 보수 팀이 오지 않아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당근마켓 거래는 양해를 구하고 내일로 미뤘다.

2시쯤에 수리공이 방문했다. 접수한 항목은 많았는데 각자 담당하는 것이 다른 모양이라 그 분이 와서 보수한 것은 가구 표면 코팅이 벗겨진 것 정도였고 아직 남은 문제점들은 언제 고쳐질지 기약이 없다. 시계를 보니 당근마켓 거래를 굳이 취소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 이후 피아노 연습을 좀 한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다. 이불에 엎드려서 또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다가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세 번 정도 기절한 것 같다. 요새 일 할 때도 의욕이 바닥인데 휴가를 내고도 이 모양이라니. 나이를 먹고 체력이 저하된 걸까, 코로나 후유증인 걸까.

하루가 끝나가면서 바깥도 어두워졌다. 카페에서 책이라도 읽을까 했지만 이제 와서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의욕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피곤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차라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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