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쀼밴드 합주 재개

juo 2022. 5. 29. 23:51

2022. 5. 22.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지고 각자의 일이 바빠진 이후로 무기한 중단되었던 쀼밴드 합주를 재개했다. 오늘은 기타의 J와 베이스의 J`, 키보드의 나 세 명이 모였다. J`는 첫 참여다. 한 주 미뤄졌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늘 그렇듯 딱히 연습을 더 하진 않았다.

오늘의 전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 짐을 강남의 자취방에 되돌려 놓는다.
  • 합주에 필요한 물건을 챙겨서 홍대로 간다.
  • 점심식사 후 합주.
  • 본가로 돌아가 어머니 생신 축하를 해 드린다.
  • 다시 자취방으로 올라간다.

어제 미리 서울로 올라가지 못한 탓에 하루에 인천과 서울을 두 번 왕복하게 되었다. 우선 본가 창고에 있던 키캡, 가져왔던 짐과 보드게임, 아버지께 물려받은 등산용품, 다음달 풀빌라에 놀러갈 때 필요한 옷 등을 모두 챙겼다. 자취방에 도착하자 어제 배송된 수도원산 소시지 세트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아이스팩은 다 녹았지만 상하지 않았길 빌며 소시지를 종류별로 분류해 냉장고와 냉동실에 넣었다.

시간이 빠듯해 짐을 대충 던져놓고 삼각대나 악보 등을 챙기려고 했는데 아뿔싸, 악보가 저장되어 있는 아이패드를 본가에 놓고 온 것을 깨달았다. 다시 들러 가져올 수는 있지만 점심 약속을 취소해야 하고 오늘의 동선이 한 바퀴 더 꼬여 버린다. 그냥 맥북에 굿노트를 설치해 동기화시켜서 보기로 했다. 아이클라우드 만세.

홍대 소담상회에서 식사를 했다. 대체로 간이 짠 편이라 맥주가 생각났다. 보리로 만든 리조또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좋았다. 나가서 쿠키를 좀 사 합주실로 향했다. 항상 이런 번화가 골목을 걸을 때마다 왜 사람들은 이런 곳에 차를 끌고 올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바로 J였다. 사람도 많고 길도 좁아 뒷좌석에 앉은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미국에선 항상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양보하던데, 한국은 그러기엔 도로 상황이 나쁜 곳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번 합주곡은 장범준의 『고백』과 버즈의 『은인』이다. 아주 어렵진 않았고 기타가 있기 때문에 피아노 반주를 소리가 꽉 차게 넣을 필요가 없어 어설프게나마 완곡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노래를 같이 부르긴 힘들어서 유튜브에서 곡을 틀어놓고 연주했다. 하다가 질리면 예전에 합주했던 노래를 쳐 봤는데 안 하다 하니까 너무 어렵다. 예전 곡을 익힌 상태로 새 곡을 연습해야 하는데 예전 곡은 잊어버리니 문제다.

무거운 삼각대를 기껏 들고 왔는데 막상 헤드 체결부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준비하다 보니 역시 이런 부분에서부터 삐걱댄다. 실력이 실력이라 건질 만한 영상이 별로 없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일까.

두 시간 꽉 채워 합주를 하자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해졌다. J가 인천으로 간다고 해서 나도 차를 얻어 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J의 어머니가 유방암 확진을 받았다는데 경과가 좋길 바란다.

집에 도착해 동생과 저녁을 시켜먹고 안마의자에 앉아 있으니 피로가 몰려왔다. 잠깐 졸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의 만 57세 생신을 축하드렸다. 다 어두워져서야 다시 강남으로 출발했다. 어지러진 집 정리를 하고 소시지를 하나 삶아 맥주와 먹었다. 담백하고 기름진 맛이었다.

합주를 계속 쉴 땐 별로 피아노 생각이 안 났는데, 한 번 하고 나니까 또 하고 싶어진다. 무슨 일이든 다 그런 것 같다. 한 번 놓으면 계속 놓게 되니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엔 난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지 않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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