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9.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인지 오늘은 1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금요일 밤에 오랜만에 게임을 켰는데 너무 피곤해 도중에 기절한 이후 11시간을 잔 반작용인가보다. 오늘 밤에는 제시간에 잘 수 있을지 걱정된다.
미용실에 들러 리프컷이란 것을 하려고 했는데 “손님은 머리가 너무 찰랑찰랑거려서 커트만으론 스타일이 잘 안 나와요.”라는 말을 들었다. 뒷머리 길이도 약간 짧다고 해서 오늘은 다듬기만 하고 한두 달 머리를 더 기르고 오기로 했다. 여자였다면 직모가 장점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예전에 추천받은 카페로 갔지만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일요일에 닫는 카페라니, 역시 서울은 다르다. 발길을 돌려 평소에 가던 카페로 갔는데 여기는 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교회같은 곳에서 단체로 온 것일까? 건너편에 보이는 커피빈은 다행히 텅 비어 있었다. 음료와 케이크를 시켜놓고 지루한 3GPP 규격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제 보면서 쓸데없이 복잡하고 장황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요약하는 데 성공했다. 성취감은 있었지만 막상 내용 자체는 별 게 없었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다 보니 영업 종료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6시에 문을 닫는 카페라니, 역시 서울은 다르다. 저녁을 먹을 겸 맥주도 마시려고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로 갔다. 안주가 특별히 맛있었던 기억은 없지만 매장이 넓고 바가 있어서 혼자서 맥주를 마시기 가장 적당한 곳이라 어쩔 수 없이 찾게 된다. 그래도 오늘 시킨 피자는 혼자 먹긴 너무 많았지만 맛은 괜찮았다. 요새 매일 맥주를 마시는데 언젠간 통풍이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슬슬 든다.
많이 먹었으니 좀 걷고 싶었다. 지도에서 찾은 도곡근린공원이란 곳을 가 보기로 했다.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있으니 본가 근처에 있던 공원들처럼 좀 그럴듯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먼 길을 가 보니 그 정체는 동네 뒷산이었다. 이런 걸 근린공원이라고 부르다니, 역시 서울은 다르다. 어두컴컴한 숲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빼꼼 나와 있었다. 언덕 경사가 만만치 않아 땀이 났고, 가로등이 있긴 했지만 중간중간 어두운 부분이 있어서 핸드폰 라이트를 켜야 했다. 심지어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길에 다다르기까지. 겨우 내려오니 세브란스병원 주차장이 나왔다.
서울 도심은 집값만 비쌌지 주거지로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산책할 만한 예쁜 공원도 없고, 번화가의 빛나는 사무실 건물들은 예쁘지만 내게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인천과는 다르게 혼자 술을 마실 만한 곳이 조금은 있지만 역시 친구들과 모여서 먹는 편이 더 좋다. 이것이 창작물에서 많이 봤던, 상경한 사람들이 겪는 느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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