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밭 하우스 파티

juo 2022. 5. 23. 23:20

2022. 5. 21.

아버지 밭에 생긴 하우스 얘기를 친구들에게 했더니 이례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모임 약속이 잡혔다. 5인이 다 모이게 되었고 나도 보드게임페스타에서 구입한 『카르카손』과 『태양신 라』를 챙겨서 어제 본가로 내려왔다.

점심 넘어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바로 밭으로 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늘도 밭일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이따 먹을 상추를 땄다. 어버이날 와서도 많이 딴 것 같은데 그새 이렇게 다시 무성하게 자란 걸 보면 상추란 식물은 섣불리 많이 심으면 하루종일 상추만 먹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카르카손』을 한 판 하고 있자 부모님 친구분들도 오셨다. 토요일에도 오시는 줄은 몰랐는데. 예의 귀여운 흰 강아지 밤이도 왔는데 이번에는 나한테 별 관심을 주지 않아 슬펐다.

『카르카손』은 다른 그룹에서 재밌게 즐긴 기억이 있어 구입한 건데 이번에도 다들 재밌게 즐겨 잘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이 얽히면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는 걸 이 게임을 할 때마다 느낀다. S가 그때그때 적절한 패를 잘 뽑는 편인데 치팅을 하는 게 아닌지 항상 의심이 된다. 실제로 뒤집어진 패를 몰래…라기보단 대놓고 보고 있는 것을 내가 적발했다.

부모님과 친구분들도 떠나시고 J도 도착해서 준비해 놓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S가 버터나 마늘 등을 사오라고 해서 대체 뭘 하나 싶었는데 스테이크였다. 미디엄 웰던 정도로 완성이 되었고 고기 등급이 초이스라 조금 아쉬웠지만 먹을만했다. 새로 L 그룹사(성골)에 입사한 T가 진골인 J에게 갑질하는 장면이 볼만했다.

한 번 정리하고 『카르카손』을 이어 했다. 5인이서 하니까 도시의 구성이 더욱 혼란스러워져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막간에 T가 블루 아카이브 70연차를 돌렸다. 우리도 뽑기 버튼을 한 번씩 눌렀는데 유일하게 S가 3성을, 게다가 T가 바라 마지않던 캐릭터 미도리를 뽑았다.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밤이 되니 슬슬 모기가 보여 하우스 안에 모기향을 약 7개 정도 피웠다. 이내 모기가 싹 사라져 인생 처음으로 모기향의 효과를 몸소 체험했지만 이 정도 연기라면 사람에게도 해롭지 않을까.

다음 게임으로 『태양신 라』를 꺼내서 돌려 보았다.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보고 단순히 “가격에 비해 컴포넌트가 예쁘다”는 이유로 구입했다. 묵직하게 짤랑짤랑거리는 주화 코인이 정말 매력적이다. 재미가 없진 않을지 걱정했지만, 나름 재밌게 즐겼고 규칙이 복잡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이런 종류의 게임에 소질이 없는지 할 때마다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거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 점수를 잘 낼지 감이 안 온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경매 게임인 『모던 아트』를 했을 땐 내가 이겼는데 말이지.

J가 연금복권과 로또를 5장씩 사 왔다고 해서 보드게임 꼴등한 사람부터 골라 가졌다. 짧은 기대 끝에 로또 번호를 확인했지만 전부 꽝이었다. J는 정말 운이 없는 편이다. 차라리 S가 사 왔으면 뭐라도 당첨이 되지 않았을까.

쫄면도 끓여 먹고 정신없이 놀다 보니 벌써 11시 반이 넘은 시간이었다. 내일도 일정이 있어서 오늘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당연히도 차가 끊겼다. 왜 주말은 늦게까지 술 마시는 사람도 많은데 평일보다 차가 일찍 끊기는지, 사정은 있겠지만 불만이다. 어쩔 수 없이 본가에서 하루 더 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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