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난 고등학교 시절의 덕질

juo 2022. 6. 21. 00:00

2022. 6. 18.

전에 꾼 꿈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 아버지는 약속이 있어 저녁에는 나가셨고 동생은 항상 그렇듯 주말엔 어딘가로 놀러 나가 없었다. 그래서 저녁에는 어머니랑 둘이 맛조개를 구워 먹었다. 요새 산란기 직전이라 살이 잘 올랐다고 해서 주문해 봤는데 과연 괜찮았다.

딱히 본가에 와도 할 일은 없어 넷플릭스로 그동안 여유가 없어 못 봤던 만화들을 봤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중 『어른제국의 역습』,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설의 전투』를 봤는데 역시 소문대로 애들 만화답지 않게 감동적이었다.

또 뭘 볼까 뒤적거리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극장판이 이 달 말까지밖에 스트리밍을 안 한다고 하길래 이것도 봤다. 하루히 시리즈는 아마 내가 처음으로 보기 시작한 “오타쿠”스러운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전에 『공의 경계』를 읽긴 했지만 이쪽은 약간 노선이 다른 느낌이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것저것 챙겨보는 건 귀찮아해서 소실 극장판은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소설로 봐서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명불허전 쿄애니답게 작화가 예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작중 미쿠루 선배가 이런 대사를 한다.

“당신도 언젠가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할 때가 올 거예요.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고 말죠.”

소설 원작에도 이 대사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른이 되어 이 말을 들으니 많은 생각이 난다. 하루히를 봤을 때가 마침 고등학생 때였는데, 신권이 나오면 사 읽고 친구들과 즐겁게 얘기했던 그 시절은 이미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가끔은 그 시절 더 많은 것들을 찾아 즐겨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기엔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지냈던 우리에게 주어진 여유가 너무 없기도 했고, 나도 뭔가 즐기는 데에는 게을렀지만 말이다. 지금도 바쁘게 살고 있어 여전히 여유는 없지만, 또 10년 후의 내가 오늘을 회상할 때 조금이라도 덜 아쉬워할 수 있도록 열심히 오늘을 즐기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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