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9.
서울 빌딩 숲 한가운데서 제대로 된 공원에 목말라있던 나는 저녁을 먹고 양재 시민의 숲에 가 봤다. 기대를 품고 버스에서 내렸지만 이동하는 데 들인 돈과 수고에 비해선 별로였다. 살면서 내가 상동 호수공원을 그리워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날씨가 좋거나 벚꽃이라도 피면 좀 예뻤을까?
양재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버드나무를 봤다. 옛날 논바닥이었던 인천 삼산동 인근이 한창 공사 중일 때 아버지가 그곳의 버드나무 잎을 하나 꺾어 피리를 불었던 것이 기억났다. 멈춰서서 버드나무 잎을 살펴보다 한 잎사귀 뒤에 작은 쌀알 같은 것이 10개 정도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어떤 곤충의 알인지 궁금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집에서 검색을 해 봤지만 내가 본 알의 정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실망하며 해충 피해에 대한 내용 일색인 검색 결과를 스크롤하다 깍지벌레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왠지 하얗고 오돌토돌 다리가 많아보이는 것이 재미있게 생겨서 좀더 찾아봤다. 그리고 뜻밖에도 나는 20년 동안 궁금해했던 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시간을 잠시 되돌려 초등학교 시절,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나는 나뭇가지에 하얀 거품 같은 것이 군데군데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겉은 단단하면서 매끄러웠고 떼어내 뒤집어 본 아래쪽은 붉은 색의 벌레 다리같은 무늬가 보였다. 처음엔 사마귀 알인가 싶었지만 색이나 모양이 달라서 이 설은 기각했다.
가지고 있던 책에도 없었고, 그 시절은 구글 같은 것도 없었기에 그대로 잊고 지냈다. 대학생 때 한 번 생각나서 검색해본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알아내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우연히 알게 되다니 기쁘다. 그 녀석의 이름은 뿔밀깍지벌레고 백색 밀랍을 분비해 자신의 몸을 지킨다고 한다.
그런데 아까 본 알의 주인은 누굴까? 또 언젠가 우연히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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