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숫돌 구입

juo 2022. 7. 22. 00:10

2022. 7. 16.

언젠가부터 본가에서 가져온 식칼이 점점 안 들기 시작해 숫돌을 마련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버지가 칼을 갈 때 숫돌을 사용하던 모습이 시원시원해 보여서 예전부터 숫돌을 가지고 싶었다. 어머니는 칼갈이를 하나 사라고 하셨지만 그런 건 왠지 멋이 없다. 숫돌이야말로 칼을 갈기 위한 올바른 도구인 것이다. 마침 인터넷 쇼핑몰 광고 메일에 숫돌 할인 소식이 있어 고민 없이 구입했다.

저녁에 설거지를 마친 후 식칼을 자세히 살펴봤다. 봐도 무뎌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빠진 곳은 눈에 띄었다. 아버지는 베란다에서 물을 틀어 놓고 한 손으로는 숫돌을, 한 손으로는 칼을 잡고 대충대충 가셨지만 나는 초심자답게 정자세로 칼을 갈기로 했다. 물 묻힌 숫돌을 조리대에 놓고 적당한 각도로 날을 기울인 후 최대한 숫돌 전체를 써서 날을 갈았다. 시원시원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사각사각거리는 소리와 촉감에 기분은 좋아졌다. 그래 나는 이느낌을 위해 숫돌을 산 것이다.

잘 갈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칼이 박살나지는 않은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나무 도마에 괜히 칼을 휘둘러 봤는데 이전과 달리 예리하게 파이는 도마를 보니 날카로워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좀더 익숙해지면 언젠간 제대로 된 중식도를 사서 닳아 짧아질 때까지 사용하고 싶다. 그것이 요리인으로서의 로망 아닐까. 정작 요새는 주로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니까 요리는 잘 안 하지만. 어쩌면 중식도가 짧아지는 것보다 내 손을 써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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